사회 >

흉악범죄 먹으려 의경 도입 논의 "인력난 해소" vs "직업 의식 없어"

흉악범죄 먹으려 의경 도입 논의 "인력난 해소" vs "직업 의식 없어"
경찰, 서울 은평구 흉기소지범 제압…흉기 7개 압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양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경찰과 대치 끝에 제압당한 26일 저녁 사건 현장인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가 통제되고 있다. 2023.8.26 mon@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급증하는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검토하면서 경찰 내부에서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엔 도움이 되지만 의무 복역으로 인한 책임감 부족 등 문제가 많은 제도를 굳이 다시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민생 치안 '의경 도입' 검토
27일 경찰청 관계자는 도입 재검토 중인 의무경찰의 배치 및 운용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는 투입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 안전을 위한 범죄 예방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이 구상 중인 운영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112타격대(신속대응팀)에 배치하는 방법이다. 112타격대는 민생치안 활동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초동조치 및 구조 활동을 전담한다. 두 번째는 방범순찰대에 배치하는 방법이다. 방범순찰대는 담당 지역의 생활 안전 및 교통 지원 등 민생치안을 담당한다.

앞서 지난 23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에 배석해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7∼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의경이 재도입될 경우 경찰의 인력난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관기동대 인력은 1만2033명으로 지난 2020년 9375명과 비교했을 때 2600명 가량 증가했다. 반면 의무경찰은 2020년 9986명으로 매년 감소하다 지난 5월 최종 폐지로 0명이 됐다. 의무경찰인원 감소에 비해 보강된 경찰관기동대 인원은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인력난 해소" vs "직업 의식 없어"
경찰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요과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서울의 한 기동대 소속인 A씨는 "코로나 종식 이후 경찰의 할 일이 매우 늘어 많이 힘들다"며 "의경 제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지만 당장 숨통이라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순경 B씨는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과거 보다 순찰 업무에 일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며 "최근 들어 치안 문제로 인해 출동이 잦고 몇 주전에는 잼버리 행사와 같은 갑작스런 일로 더욱 어려움에 겪고 있다. 경찰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기 보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경 제도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감 C씨는 "의경은 직업관이 없어 수동적이다"며 "특히 부조리 등 문제가 많아 인력을 줄인 건데 다시 부활한다는 건 대책 없다. 직업 경찰 숫자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부 지역의 경감 D씨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 의경이 치안 업무를 담당하면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직업관이 없어 주취자, 조현병 등 긴급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만연했던 가혹행위도 의경 폐지의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조직문화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의경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가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1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경이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로 군에 입대할 병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일선 부대는 병력이 부족해 편제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력이 부족하면 장병이 과로하게 되고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한다"며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기동대를 민생치안 위주로 투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