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기후위기에 주택시장도 휘청...보험료 상승으로 거래 타격

[파이낸셜뉴스]
기후위기에 주택시장도 휘청...보험료 상승으로 거래 타격
기후위기에 따른 잦은 홍수·해일·산불 위험으로 주택보험료가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에도 타격이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현지시간) 열대성폭풍 힐러리가 쏟아 부은 폭우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도로에 차들이 물에 잠겨 있다. AFP연합


기후위기가 주택시장에 본격적인 충격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가 오르면서 주택 거래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얻으려면 집을 산 뒤 반드시 집 보험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 상승은 마치 금리 상승처럼 주택 구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중개인들이 여전히 해안가 주택을 바다 조망을 갖춘 좋은 입지로 선전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허리케인에 취약한 위험 높은 주택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산불·해일·홍수 위험지역 보험료 폭등


WSJ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산불, 해일, 홍수 등의 위험이 높은 지역 주택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관련 지역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플로리다주 케이프코럴 같은 해일 위험 지역 주택보험은 아예 받지 않거나 보험료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보험업계 산하의 보험정보연구소(III)에 따르면 허리케인 다발 지역인 플로리다주의 평균 주택보험료는 지난 5년 사이 3배 폭증했다. 2019년 1988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6000달러로 뛰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의무인 홍수보험 보험료는 취약지역의 경우 이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다.

홍수보험을 담당하는 연방기구인 국립홍수보험프로그램(NFIP)은 최근 보험료를 위험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따라 케이프코럴의 연평균 홍수보험료는 해안가 주택의 경우 1791달러에서 4728달러로 순식간에 2.6배 넘게 폭등했다.

주택 구입자들, 점차 신중해져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잦은 해일에도 불구하고 케이프코럴을 포함하는 플로리다주 리카운티는 순 인구유입이 지난 2년간 6만명에 이르렀다.

미 전역을 대상으로 해도 산불·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카운티들은 팬데믹 이후 외곽 전원생활을 원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인구가 순증했다.

그러나 이제 주택 구매자들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주택건축업자 약 3분의1이 높은 주택보험료에 대한 구매자들의 우려로 인해 신축주택 판매가 소폭 둔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상황도 비슷하다. 존 번스 리서치앤드컨설팅 설문조사에서 29%가 같은 답을 내놨다.

이는 높은 주택보험료로 구매자들이 주택 구입을 망설이면서 판매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전국 건축업자들의 평균 응답률 9%를 크게 웃돈다.

로스앤젤레스(LA) 보험사 아서 J 갤러거의 글로벌 부동산 부문 책임자 알렉산드라 글리크먼은 "보험이 확실하게 주택 구매에 충격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61조원 손실 우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가격에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위험성이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감안할 때 고평가 돼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기구 퍼스트스트리트재단,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 주택시장은 홍수 위험을 감안할 때 최소 1210억달러(약 161조원) 고평가 돼 있다. 그 만큼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해일 위험 지역만 따로 봐도 해일·홍수 위험을 감안할 때 현재 주택시장 가치가 500억달러 넘게 고평가 돼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