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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페이백' 악용… 5999원 수만번 긁어 4천만P 챙겼다 [멈추지 않는 악성 금융소비]

카드·보험사 혜택 악용사례 여전
자투리 999원 포인트 적립 노려
최대한 쪼개서 결제해 환급받아
온라인선 '체리피킹' 노하우 공유

소액결제 '페이백' 악용… 5999원 수만번 긁어 4천만P 챙겼다 [멈추지 않는 악성 금융소비]
#. "통신사 앱으로 통신요금을 4일간 5999원씩 낸다. 자투리 999원 포인트 혜택 적립을 위해 소액결제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5일째 나머지 잔액을 납부한다. 이처럼 저소득층을 위해 최대 5회까지 휴대폰 요금을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앱테크(APP+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돼 활용되고 있다."(카드업계 관계자)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더모아 카드처럼 현금성 포인트를 환급해 주는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한카드 더모아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 잔돈은 포인트로 돌려준다. 이 때문에 이를 악용, 5999원씩 나눠서 반복결제해 999원씩 돌려받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에 신한카드는 분할결제 제한조치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카드 고객들의 반발에 잠정 보류 중이다.

■보험·카드 각종 혜택, 악용 논란

카드사가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해 특정한 방식으로 유리한 소비(체리피킹)만 골라 결제하는 이들을 '체리피커'라고 부른다. 일부 체리피커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어겨 부당한 방식으로 포인트를 모으고 있어 카드사는 물론 감독기관마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모아 카드를 이용하는 한 전문직 A씨는 연간 약 4000만포인트를 환급받았다"며 "카드상품 설계 시 체리피커도 고려했지만, 위법성이 짙은 결제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기에 법적 대응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법 소지가 있는 사용자의 무리한 체리피킹은 일반 사용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독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업권은 물론 보험업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라는 의식 없이 사고가 나면 '아프지 않아도 일단 드러누워야' 한다는 방식으로 무리한 보험금 청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 납입액이 불어난 일반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1포인트를 1원으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체리피킹 노하우를 공유하는 현상이 흔해지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 소액을 모아서 '짠테크'하려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 소비 결제 패턴을 가정하고 설계된 카드·보험 상품이 악용하는 체리피커에게 노출되면서 일반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일부 체리피커가 고객 혜택 독식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한정되어 있다. 이 혜택이 균등한 방식이 아닌, 혜택을 악용하는 특정 고객에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더모아카드를 악용한 1%의 고객이 전체 포인트의 약 20%를 가져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규 분포로 기존 고객 사용패턴을 보면서 상품 설계를 했다면 요즘은 극단적 악용사례를 고려해서 상품을 설계한다"며 "결국 고객에게는 돌아가는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짠테크 수준을 넘어서는 악용사례가 성숙하지 못한 카드문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카드 풍차돌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가 각종 혜택 3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것을 이용하는 일종의 체리피킹이다. 예를 들어 A카드를 발급받아 3개월간 사용해 혜택을 받고, 해지하는 것이다. 이후 B카드로 옮겼다가, 다시 C카드로 연쇄적으로 갈아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위법성 여부다. 여전법에 따르면 신용카드는 타인에게 양도·양수할 수 없고, 실제 물품 구매 없이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서는 안 된다. 포인트 환급 등 혜택을 위한 결제액을 채우기 위해 가족, 친구, 거래처 간 거래를 꾸몄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