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5연속 동결에도
美 긴축 신호 반영… 금융채 들썩
시중은행보다 낮은 인뱅도 급등
카뱅 주담대 하단마저 4% 뚫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서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출금리는 나날이 오르는 모양새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신호를 반영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美 긴축기조 장기화… 금리 7% 육박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4.32~6.95%,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90~6.30%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14일) 변동형 연 4.21%~6.19%, 고정형 연 4.06~6.00%로 상단이 6%를 턱걸이했던 데 이어 한 달 만에 7%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됐다.
통상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에서도 금리 상승세가 뚜렷했다. 24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8~6.94%, 고정형은 연 4.17~6.77%로 하단이 모두 4%를 넘어섰다. 케이뱅크 역시 아파트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혼합)형의 경우 4.22~5.25%까지 올랐다. 변동형 금리는 3.69~5.98% 수준으로 신잔액기준 코픽스(3개월)를 기준금리로 삼는 경우만 하단이 3%대에 머물렀다.
이는 은행권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고정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4.389%로 한 달 전(4.196%)과 비교해 0.4%p가량 올랐다. 변동형 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8개 정보제공은행의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금리 인상이 '끝물'에 다다랐다는 인식에 낮아지던 채권 금리는 지난 3월(3.830%, 24일 기준)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미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렸으나 앞으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반기 대출금리 추가 상승"
이 같은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는 올 하반기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환율 상승,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장 인식이 형성된 탓이다. 뿐만 아니라 한전을 비롯한 국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 수요마저 늘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채권공급이 늘어나면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았음에도 정부가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간 시장 안정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며 "최근에는 그런 기대가 무너졌고 고금리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예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당분간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반면 부동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점과 경기 침체 지속 등으로 인해 은행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피하기 어렵다. 초과자금수요가 늘면서 은행채 발행이 더 증가하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은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더 높다"며 "올해 안에는 대출금리든 은행 조달금리든 쉽게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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