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단정하기 어려워"
"범죄 중대하나 범행 인정·반성"
흉기 들고 2시간30분간 경찰 대치 혐의
28일 오전 11시 15분께 서울서부지법 건물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30대 정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왔다. 그는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를 든 채 소란을 피워 경찰과 2시간여 대치 끝에 체포됐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과 2시간 30분가량 대치한 정모씨(37)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28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정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사실 증거가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돼 있는 점, 범죄 중대성 인정되나 범행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인명피해 발생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25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나타난 정씨는 취재진의 "다른 사람 해할 의도 있었나"라는 질문에 "아니요,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40분여 뒤 조사를 마친 뒤에는 "금전 문제로 범행 저지른 것 맞나"라는 질문을 받자 울먹이며 "금전 문제가 아니고 속상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엄마가 저를 못 믿어줬는데 무속인한테 300만원을 갚아 주니까 너무 속상해서 술을 먹다가 풀려고 했다"며 "그런데 거기서도 안 받아줘서 그냥 소리 질렀는데 시민들이 와서 신고를 하고 경찰들이 너무 많이 와서 겁에 질려서 그랬다"고 언급했다.
또 "흉기 많이 발견되는데 범행 계획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요리사라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닌다"고 답했다.
정신질환 약 복용 중단 이유에 대해선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음식 관련 스트레스만 없으면 택배 일할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대리기사 할 때도 아무 문제 일으킨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너무 속상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더 이상 안 할 것이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자해할 의도였는지에 대해선 "아니요"라고 답했으며 범행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선 "네 그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6일 오후 7시 26분께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6층짜리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흉기를 들고 자해 소동을 벌이면서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10시 5분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정씨가 양손에 든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모두 8개의 흉기를 압수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며 "10년 전 요리사로 일해 칼이 여러 개 있다. 낚시에 쓰려고 차량에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경찰과 대치하던 중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 달라", "치킨과 소주를 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 요구대로 치킨과 소주를 사다 주며 흉기를 내려놓도록 설득했다.
정씨는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고 다른 사람과 시비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4년 전 조울증을 진단받았으나 현재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잇따르는 '살인예고' 글과 관련성도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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