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사람 마주하면 도망 먼저... 싸우게 됐을 땐 모든 물건 동원"
호신술 센터 문의 40% 늘어
최근엔 칼 막는 연습 위주 수업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의 한 호신술센터에서 기자가 맨손으로 흉기를 쳐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건장한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힘을 주어 밀쳤다. 그대로 몸이 밀려나 벽에 '퍽' 소리가 나도록 부딪혔다. '성인 남성이 조금만 힘을 줘도 이렇게 쉽게 밀려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놀란 1~2초 사이 바로 여성의 목으로 칼이 들어왔다.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호신술 센터. 이곳은 필리핀 전통 무술 '칼리아르니스'를 기반으로 한 호신술을 가르치는 곳으로 스틱과 나이프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과 함께 칼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난동과 성폭행 사건의 여파로 이곳 호신술 센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맨손으로 칼 피하는 법 배워
기자가 이날 직접 참여한 수업에서는 맨손으로 칼을 피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상대방의 칼을 쥔 팔을 자기 팔뚝으로 쳐내면서 칼이 들어오는 반대방향으로 슬쩍 몸을 틀어 피하는 방식이었다. 공격자가 오른손에 칼을 쥐고 방어자의 왼쪽 목 부위를 노릴 경우, 방어자는 자신의 왼쪽 팔 바깥의 단단한 뼈 부위로 상대방의 팔목을 찍어 올린다. 이어 상대방의 오른팔이 접히는 부위를 오른 손바닥으로 쳐냈다. 동시에 오른발을 살짝 움직여 칼이 들어오는 방향에서 약간 비키도록 몸을 튼다는 등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칼날이 다가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누군가가 팔로 내려찍는 것을 온 힘으로 막아내 본 적은 없었기에 힘과 무게, 속도에 우선 놀라 머리가 멍해졌다.
교육을 담당했던 7년차 아르니스 강사 최모씨(49)는 "가장 최선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주의하면서 다니는 것"이라며 "칼을 든 사람을 마주하게 됐다면 충분한 거리에서 도망치는 게 차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석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됐을 때 가방이든, 책이든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싸울 수 있도록 호신술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신술 센터 문의, 최근 크게 늘어
최근 흉기난동 등으로 호신술 센터도 변화가 많다고 한다. 찾는 사람이 늘어난 동시에 수업 방식이 바뀐 것. 기존에는 3개월간 기본기를 다지는 식으로 강습을 해왔으나 현재는 1~2주 만에 기본기 수업을 떼고 바로 칼을 막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는 실습 위주의 수업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방문한 센터의 문의 전화는 최근 40% 늘었다고 한다.
3개월째 수업을 듣고 있다는 유모씨(33·여)는 "실전처럼 연습하면서 대처 능력과 순발력이 생기는 것 같다"며 "연습하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이날 2시간여 연습을 마치니 팔목 살갗이 가볍게 쓸려 3㎜가량의 흉터가 생겼다.
상처를 보면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의 폭력을 방어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일었다. 더불어 최근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각자도생'이라는 한자성어도 떠올랐다. 송모씨(29·여)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친구들과 호신용품에 대해 자주 대화한다"며 "'어떡하냐' '위험해졌다' 등 한탄이 많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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