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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중증 정신질환자 국가가 관리해야

[강남시선] 중증 정신질환자 국가가 관리해야
"혹시 제가 '묻지마 살인'과 같은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나요. 너무 무서워요."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 중 이상행동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잦아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현역 살인 이후 '정신질환자=예비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일반인과 비슷하다.

물론 최근에는 정신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긴 하다. 환자가 늘어나 문제라기보다는 치료를 받지 않는 정신질환자들이 더 문제다. 이로 인해 한 사람에 의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재범률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가벼운 정신질환인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70여만명에서 2021년 93만명으로 연평균 7% 이상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인 활동이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가 되면서 정신질환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서다. 또 환청, 망상 등을 겪는 조현병은 통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인구로 환산하면 50만명가량이다. 하지만 치료를 받은 환자는 확연히 적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조현병 환자는 10만 9121명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질문을 받은 의사는 환자에게 "범죄자와 정신질환자는 다르다.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라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진료를 받아 병을 고쳐야 한다. 진료를 받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정신질환자를 잘 치료하고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최근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과 떨어져 방치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중증의 정신질환이라면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주도해서 관리하고 책임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복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예산 배정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안심입원제도'와 '국민안심치료제도'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비자의입원'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보호의무자 2인과 전문의 2인의 동의가 모두 있어야 비자의입원을 할 수 있다. 이때도 자타해 위험이 뚜렷한 경우만 가능하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판단과 요청에 따라 법원에서 치료를 명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위험이 심해지기 전에 입원해서 치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 정부도 증가하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벤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