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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맨 명예보다 돈" 신의 직장 떠난 MZ

지난해 퇴직자 73%가 30대이하
시중銀과 임금 역전이 주요 원인
수은·산은도 젊은층 이탈 잇따라

"한은맨 명예보다 돈" 신의 직장 떠난 MZ
한때 서울대 경제학과·통계학과 출신이 몰리는 등 고액 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으로 손꼽혔던 한국은행에서도 2030대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도퇴직자 37명 중 27명이 30대 이하로 전체의 72.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서도 2030대 이탈 현상이 발생하면서 중앙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우수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年 중도퇴직 37명 중 27명이 2030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중도퇴직(정규직 기준) 80명 중 52명이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이하가 16명, 30대가 36명이었다. 같은 기간 40대가 21명, 50대 이상이 7명인 것을 고려할 때 2030대 이탈률이 높았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전체 퇴직자 37명 중 27명이 2030대로 전체의 72.97%를 차지했다. 올해 중도퇴직한 21명 중 2030대는 12명으로 전체 57.14%에 달했다. 2019년 2030대 비중이 60%, 2020년 63.64%였던 것을 볼 때 갈수록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책은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출입은행 퇴직자 15명 중 30대 이하 비율이 60%였고 올해 상반기엔 퇴직자 4명 중 3명이 2030대였다. 부산으로의 본점 이전 이슈가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퇴사자가 165명으로 전년(77명) 대비 급증한 가운데 2030대 비율은 34.55%(57명)였다. 올해 상반기엔 퇴직자 103명 중 30명이 2030대로 전체 29.13%를 차지했다.

■'은행 중 은행'이란 영광도 옛말

'은행 중 은행'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보수가 2030대 유출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과 비슷했던 한국은행 직원 평균임금은 1% 안팎의 임금인상률 영향 등으로 시중은행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18년 한국은행 평균임금이 9940만원일 때 신한은행 임금이 9863만원, 하나은행은 9590만원으로 한은 임금이 더 높았다. 하지만 2022년 한은 평균임금은 1억330만원으로 국민은행(1억2292만원), 하나은행(1억1935만원) 등 모든 5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문자격증을 가진 젊은 직원들이 투자은행(IB)으로 가거나 회계법인에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사학위를 가진 경우 대학교 교수나 연구원으로 간다"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낮은 임금인상률 등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민간보다 대우는 못 받고 일은 적지 않다'라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노조에서는 직원 임금결정권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는 한은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동수 의원은 “최근 입사 3년 이하의 신입직원이 어렵게 입사한 중앙은행 혹은 국책은행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인력 유출의 증가는 기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행정적 비용 역시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퇴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국가 발전을 위한 사명감만으로 장기간 근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과 국책은행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우수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