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발트 3국, 벨라루스에 바그너그룹 추방 요구
군사 도발 및 '난민 밀어넣기' 시도하면 국경 전면 폐쇄
최근 지도부 잃은 바그너그룹이 적극적으로 도발할 지 의문
지난 18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군인들이 벨라루스와 접한 숨스카스에서 국경 도로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4개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정부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사병으로 바뀌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군사 도발이나 난민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사시 국경을 모두 폐쇄한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의 마리아시 카민스키 내무장관을 비롯해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들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카민스키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벨라루스 정권에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서 즉각 제거하고,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민스키는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무기가 개입된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난민 밀어내기'가 강도를 더할 경우 벨라루스와 국경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주동안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민스키는 회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인지를 막론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과 화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열어 놨던 모든 국경 통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폴란드와 발트3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난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재로 인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자 지난 2021년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난민을 초청한 뒤 EU 관할지역으로 들여보냈다. 해당 수법은 벨라루스뿐만 아니라 바그너그룹도 자주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지난 3월 발표에서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으로 난민을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난민을 이용한 신개념 도발 가능성은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반란에 실패한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바그너그룹은 벨라루스군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고 폴란드 정부는 두 세력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부분적인 국경 폐쇄와 병력 증강으로 대응했다. 벨라루스를 둘러싼 발트 3국 역시 국경을 일부 폐쇄했다.
한편 지난 23일 러시아에서는 비행기 추락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그룹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다. 벨라루스에 머무는 바그너그룹 병력은 당초 약 4000명 규모로 알려졌으나 반란 이후 급여가 줄면서 상당수가 이탈했다고 알려졌다. 푸틴은 26일 민간군사기업을 비롯해 우크라 침공이나 기타 군사 업무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도록 의무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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