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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다. 해당 앱은 일본에서 강간죄 명칭이 ‘비동의성교죄’로 바뀌고 성범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나와 더 관심을 받고 있으나, 성범죄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성적 동의서 종이에 날인하는 불편함 없애는 앱" 홍보
해당 앱 이름은 키로쿠(キロク)이며,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한 뒤 동의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를 누르면 QR코드가 생성된다. 이 QR코드는 상대방과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며 앱에 자동으로 저장돼 기록으로 남는다.
해당 앱 개발사는 “성적 동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종이에 이름을 적고 날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전문 변호사의 감수까지 마쳤기 때문에 법적 다툼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앱 출시를 앞두고 우려가 쏟아졌다. 성범죄자가 해당 앱을 활용해 강제로 피해자에게 성행위에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발사는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강제 동의시 구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겠다며 출시일을 이달 25일에서 올해 안으로 연기했다.
개발사는 “악용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강제적인 동의가 기록됐을 때 구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키로쿠(キロク) 어플리케이션
"술 취해 동의 버튼 누르면 구제 못받나" 우려 목소리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인 누리꾼들 대다수 역시 우려 섞인 반응을 주로 보였다.
일본 누리꾼들은 “성범죄자들이 강박 등을 통해 ‘동의’를 얻을 수도 있다” “성범죄 피해자를 100% 구제할 수 있는 앱은 아니다” “술 취하거나 수면제를 먹여 원치 않는데도 ‘동의’ 버튼을 누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이런 앱으로 어떻게든 동의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이런 앱은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앱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에 연락이 가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거짓말 탐지기 기능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 '징역 5년'
한편 일본은 지난달 13일부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했을 경우 일본 형법 제177조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일본은 성범죄에 미온적인 국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 2019년 네 건의 성폭행 무죄 판결 이후 이처럼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당시 나고야지방재판소는 “피해자가 현저하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며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법 개정 요구 시위가 이어졌다.
피해를 당한 후 바로 고소하기 어려운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공소시효도 기존보다 5년 더 연장하고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성행위에 대한 동의를 판단할 수 있는 나이도 현행 ‘13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높여 동의가 있더라도 16세 미만과 성행위를 하면 처벌하기로 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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