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명문대 나와야 돈 잘 번다"… 자녀 '간판'위해 사교육비 펑펑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8) 사교육비 범인은 학벌주의
입시경쟁·학벌·학력 따른 임금차별.. 고질적 병폐가 사교육비 증가 원인
킬러문항 배제·학원가 카르텔 단속.. 제도권 밖 사교육비 근본대책 못돼

"명문대 나와야 돈 잘 번다"… 자녀 '간판'위해 사교육비 펑펑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정부는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이른바 '킬러문항'과 학원가 카르텔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이른바 '킬러문항'과 학원가 카르텔을 지목하고 있으나 이는 부분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학벌주의와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을 없애 사교육 전반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거품 빼겠다는 정부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킬러문항 출제로 수능의 공정성이 저하되고 사교육이 유발되고 있다는 정부 내부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앞서 학원가가 킬러문항을 이용해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학원가에서 횡행하는 카르텔과 부조리를 단속해 사교육비 거품을 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사교육 증가의 근본적 원인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사교육 경감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킬러문항 배제의 영향은 정시에서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능 난이도가 쉬워지면서 재수생이 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원가 카르텔·부조리 단속도 입시업계에 부정행위를 근절한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사교육 경감의 효과는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사교육 카르텔·부조리를 도려낸다고 해도 그것은 학원가의 일부에 불과하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고액과외 등 제도권 밖 사교육이 증가할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사회적으로 지목되는 사교육비 증가 원인은 새로울 게 없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학벌주의,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사교육에 몰아넣는 주범으로 불려 왔다.

자녀의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심정인 경우가 많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지 않으면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통념 탓이다.

올해 고3 자녀 사교육비에 월 150만원을 쓰고 있다는 학부모 박모씨(47)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잘사는 사회"라며 "결국 명문대 입시를 위한 경쟁은 필수적이고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당장 빠듯하더라도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심각한 양극화…대학 간 격차 커"

국내에서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는 향후 수입과 큰 연관성을 갖는다.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경제학연구 2023년 2호에 게재된 논문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이 포함된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최하위권 대학 졸업자들보다 평생 24.6%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킬러문항 몇개를 덜어낸다고 해서 사교육 증가가 해결될 순 없다"며 "임금격차나 사회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노동과 임금을 포함한 사회 구조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대학 간 격차가 너무 크고 학생·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은 소수 대학에 한정돼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개선할 청사진을 내놓아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노동 시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 간판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과거보다는 많아졌지만 아직은 더 큰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 위원은 "우리나라는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현재 교육계에서 문제되고 있는 의대 쏠림현상도 다른 직업들의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거나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