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목적이 불분명했던 예산들이 대거 삭감됐다. 특히 각 부처의 자율성을 이유로 임의 활용이 묵인됐던 '눈먼 돈'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새만금사업과 양평고속도로 모두 예산안 내 설계비가 그대로 남아 있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특별활동비는 연구개발(R&D) 예산과 마찬가지로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권재관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장은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일부 감액이 있었다"며 "주요 국가안보, 수사, 국정사업 중 비밀유지 필요사업 중심으로 적정수요 수준에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방만경영과 '퍼주기'식 지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사회단체에 대한 지원금도 반 가까이 줄었다. 국고보조금은 지난 문재인 정부 기간 매년 4000억원 수준의 증가를 지속해 올해 약 5조4500억원이 편성됐다. 반면 올해 6월 말까지 3년간 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정부지원금 관련 부정수급 신고건수는 5065건에 이른다. 환수된 금액만 333억원 수준이다.
이 밖에도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금을 비롯해 각 부처의 예비비 등 전반적인 '눈먼 돈'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지출 증가율이 2.8%에 그치며 목적이 불분명한 '가용 예산'의 편성 범위도 줄어서다.
구조조정 예산의 향방도 신규도입 사업과 정책으로 세밀하게 흩어졌다. 우선 군 장병 복지를 위한 얼음정수기 보급에 약 6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군 장병 복지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부대를 대상으로 1만5000대의 얼음정수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 증가세와 더불어 정신질환자의 범죄비율도 상승하며 관련 예산도 대폭 늘렸다. 중·고위험군으로 분류된 8만명에게는 53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회당 8만원 수준의 진료비를 연 8회까지 지원한다. 경찰과 전문인력이 출동하는 응급대기소도 17개소를 신설한다. 의료시설로 이동할 때까지 각 광역단위별 응급대기소에서 환자와 시민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타이트'한 재정배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SOC 예산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설계비 123억원은 여전히 예산안 내 포함돼 있다. 기재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 시 추진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로 턴키 입찰공고가 아직 진행 중이다.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백지화'까지 거론됐지만 아직 내년까지 설계 완료를 목표로 둔 상태다. 잔여 설계비 66억원도 예산안에 남았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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