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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빠듯한 내년 나라 살림살이, 총선용 퍼주기는 안돼

국무회의서 긴축재정 의결
세수확보·재정준칙이 과제

[fn사설] 빠듯한 내년 나라 살림살이, 총선용 퍼주기는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이 '긴축 재정'으로 꾸려졌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수치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20년 만의 최소 증가 폭에 해당한다. 반면,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 규모이다. 예년에 비해 써야 할 돈을 최대한 절약해도 벌어들일 돈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가 매우 빠듯하다는 의미다.

균형재정을 이루려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부족한 재정을 보강하려고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 게 이목을 끈다. 실제로 연구개발 및 국고보조금 사업 등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3조원 규모의 재정을 아꼈다. 정부가 내놓은 긴축재정은 지난해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재정이 거덜 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재정만능주의와 과감한 선긋기를 시도한 것이다.

긴축재정을 짰다고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먼저,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면밀히 모색해야 한다.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제아무리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편성한 예산이어도 재정악화를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여건은 불확실성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좋은 취지의 긴축재정이라도 경제침체의 벽 앞에선 무력하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산안이 국회를 거치는 동안 희석될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2024년도 예산안'은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이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이 과정에 여야 간 정치적 빅딜이나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반영하는 '쪽지 예산' 혹은 '끼워넣기 예산'식의 행태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내년엔 총선일정이 잡혀 있어 이 같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 행태가 극심할 개연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국가재정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논의는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해외 기관들이 재정준칙 도입을 권고한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는 법안이다. 더구나 OECD 국가 가운데 재정준칙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라는 점도 확실한 명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 처리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여야가 일제히 총선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긴축재정을 바꿔 말하면 건전재정을 뜻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퍼주기'를 자제하고 필요한 곳에 쓰자는 것이다. 고심 끝에 도출한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차질 없이 통과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