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유기 수천대 해킹 "죄악인 핵 오염수 배출" 메시지
오염수 방류 이후 매일 사건, 사고 터져
日 "유감, 자국민 안전확보 요청", 中 "일본에 책임"
30일 일본의 인터넷 공유기(라우터)가 무더기로 해킹당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항의하는 문구가 화면에 나타난 모습. 2023.8.30. /사진=뉴스1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항의할 목적으로 일본의 인터넷 공유기(라우터) 수천대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해킹을 당한 기기는 일본 정보기술(IT) 업체 세이코 솔루션스가 제작한 '스카이 브릿지'와 '스카이 스파이더'다.
해당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일본 정부가 독자 노선을 고수하며 전 인류에 대한 죄악인 핵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세이코 솔루션스 측은 지난 28일부터 피해가 접수돼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기준 최소 1500여대가 해킹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력한 해킹 용의자는 소셜미디어(SNS)에 "이건 우리의 첫 번째 경고에 불과하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라우터 2종은 당초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지난 2월 소비자들을 상대로 수정 프로그램이 배포된 기기다. 해킹 피해를 당한 기기들은 보안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이코 솔루션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속히 수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에게 우리 가게의 식재료는 전부 후쿠시마산입니다. 꼬치는 350엔"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오염수 방류 이후 중·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 24일 이후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는 일본대사관과 일본인학교에 돌이나 벽돌 파편, 계란 등이 날아오는 사건이 발생했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또 오염수 방류와 관계없는 일본 단체와 개인이 수시로 걸려 오는 항의·욕설 전화를 받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일본 각료와 집권 자민당 고위 인사들은 중국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 중국에 있는 자국민과 공관의 안전 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일본이 문제를 제기한 항의 전화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시진핑 정권은 중국의 SNS에서 확인되는 일본 정부 비판과 일본산 제품 불매 독려를 묵인하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 문제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달 5~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돼 온 중·일 정상회담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는 중국의 리창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8일 "중국의 금수 조치로 피해를 본 자국 수산업자를 지원할 대책을 내놓겠다"며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중국에 확실히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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