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요건 까다로운데 '최고 00%' 앞세워 홍보
금융당국, 제도개선안 모색
8월 30일 오전 네이버 포털에 '적금'을 검색한 결과.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 은행 적금에 들려던 30대 직장인 A씨는 포털에서 '연 13% 최고금리' 적금상품을 보고 비대면으로 가입하려 했다. 하지만 자세한 금리 조건을 살펴보니 기본금리는 3%에 불과했고, 매주 열리는 경품 이벤트에서 1등에 당첨돼야 10%p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A씨는 '가능성이 낮은 고금리' 특판보다는 실제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래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는 예·적금 상품 최고금리 표시와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되거나, 소비자가 특정 미션을 수행해야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0일 "최고금리를 받을 확률이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정확한 안내가 없으면 소비자는 다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네이버 포털에 '적금'을 검색해보면 소비자가 '나도 받을 수 있나'라고 오인할 만한 상품들이 나온다.
광주은행 행운적금은 최고금리가 연 13.50%로 표시돼 있다. 기본금리는 연 3.50%로, 매주 진행되는 회차별 행운번호 추첨 이벤트에 응모에 당첨돼야만 10%p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럭키드로우 적금은 기본금리 연 2.00%에 최고금리가 12.00%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뉴 쏠(New SOL) 출시를 기념해 고객감사 차원에서 진행한 '금리 우대쿠폰 이벤트(십이득(12得) 이벤트)' 1등에 당첨된 고객들만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데일리 워킹 적금은 기본금리 1.00%에 우대금리 최대 연 10%p로 최고금리가 11.00%로 나와 있다. 우리WON뱅킹에서 신규 가입하고 본인명의 휴대폰으로 만보기 서비스 관련 데이터에 접근을 허용해 걸음 수 연동이 가능한 경우에만 10%p 우대금리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품에 제재를 가하기보다 소비자 알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기본금리와 최고금리를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병행 표기하는 것이다.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을 표시할 때 △특정조건 최대 가능 수익률 △조건미충족시 최대손실률을 함께 표시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가 기본금리, 우대금리가 각각 몇 %인지, 또 우대금리 조건이 실제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최소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우대금리 조건을 오해해서 가입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우대금리를 확인했다는 약식 서명 등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당국은 우대금리 상한선을 두거나, 사행성 우대금리 이벤트를 금지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실제 체리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쏙쏙 취하는 것)을 통해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이 있는 데다, 미션 수행형 상품의 경우 고객이 의지를 갖고 가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를 제한하거나 사행성 이벤트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우대금리 조건 설명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 관련 협회와 의견을 수렴 중으로 하반기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걸로 알려졌다. 법·시행령, 감독규정 개정보다는 상품 광고 및 상품설명서 보완에 무게가 실린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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