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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면 어떤 죄가 적용될까.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1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전 직원 A씨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7년 1월부터 LH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도시개발후보지 발굴·선정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같은 해 3월 업무상 취득한 비밀 정보를 활용해 지인 2명과 함께 신도시 개발예정지였던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000여㎡를 매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25억원에 매입한 토지는 20201년 2월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 일환에 따라 설정한 3개 신도시 조성 예정지 중 한 곳으로, 이 계획 발표 후 가격이 치솟아 2021년 4월 기준 100억원을 넘어섰다.
검찰은 LH에서 도시개발후보지 발굴·선정을 담당했던 A씨가 신도시 개발 계획에 관여하면서 얻은 내부 정보로 이 같은 투기 행각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이 공소장에서 특정한 '내부정보'를 부패방지법에서 말하는 업무 중 취득한 기밀 정보로 볼 수 있는가를 두고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검찰 의혹의 핵심은 A씨가 2017년 2월 LH본사에서 열린 '광명시흥 해제지역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TF 킥오프 회의'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도시개발을 담당하는 A씨가 이 회의에 참석한 뒤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투기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이는 부패방지법 7조의2에서 정한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1심은 해당 킥오프 회의 내용이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의에서 주민 동의를 전제로 공공 부문이 시행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없어, 부패방지법에서 말하는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실제로 해당 구역은 2010년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됐다가 LH의 자금난 등으로 개발이 중단됐었고, 이후 2015년 지구 지정이 해제된 뒤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되어 왔었다.
A씨는 킥오프 회의에선 2015년부터 수립한 관리계획에 따라 향후 개발 시 마을 정비 및 통합개발 필요성 등 통상적 사항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기밀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다.
1심은 "A씨 등이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 등을 보면 투기 범행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검사가 '내부정보'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징역 2년, 같이 공모한 2명의 지인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 등이 취득한 부동산은 몰수했다.
1심에 불복한 검찰이 '마을 정비구역 뿐 만 아니라 일부 유보지를 포함한 특별관리지역 전체에 대한 통합개발 추진 계획' 전체를 업무상 비밀로 하는 공소사실을 추가한 것이 주효했다.
2심은 "킥오프 회의에서 통합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추상적 논의를 넘어 통합개발 추진계획이 논의됐고 A씨가 이 회의 무렵에는 이를 인지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 정보는 미리 알려질 경우 지가상승을 유발하는 등 LH의 입장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정보로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킥오프 회의 내용이 추후 발표되는 개발사업 추진의 방향타가 될 내부 정보라는 의미다.
이어 "킥오프 회의에서 전에 통합개발 필요성에 대해 LH 직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더라도 공식적 절차에서 통합개발 대상지역을 검토하고 사업계획 방향을 결정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가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의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의 이용’, ‘재물 취득’과의 인과관계, 공소사실의 특정, 증명책임, 명확성의 원칙, 몰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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