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너무 힘들다"... 흉기난동·예고글에 넘쳐나는 경찰 치안 업무

"너무 힘들다"... 흉기난동·예고글에 넘쳐나는 경찰 치안 업무
8월 31일 '신림동 흉기난동'이 일어났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 경찰 순찰차가 서 있다./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림동 흉기 난동' 이후 치안 업무가 급증하면서 경찰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강력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경우 새로운 특별 순찰 업무로 인원까지 줄어들면서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8월 31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글' 총 487건을 수사하고 있다. 살인 예고글은 지난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급증했다.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 예고글까지 지속해서 올라오자 경찰은 치안 활동을 강화했다.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발생 이후 8월 25일까지 흉기난동 및 살인예고와 관련한 3488곳에 1만7503명(자율방범대 치안보조인력 4800명 포함)의 경찰이 투입됐다.

문제는 한달 이상 장기간 이어진 특별 순찰 업무로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흉기난동 대응 특별 근무와 특별방범 순찰까지 업무가 계속 더해지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장난식 살인 예고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지역 경찰 간부도 "신문지나 책을 옆구리에 끼고 가는 경우에도 '수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온다"며 "형사·여청(여성·청소년) 기능까지 총력 대응하고 확인이 돼야 신고 종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고 대응이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 경찰들은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흉기난동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사건 등이 연이어지면서 신림역 경찰관 상시 대기, 관악산 둘레길 순찰대 신설 등 새로운 치안 업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관악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경찰 A씨는 "안 그래도 없는 인력에 정말 직원들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긴급 대응이 필요한 코드 원, 코드 제로 등의 신고가 빈번해지며 처리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흉기난동 사건으로 국민 경각심이 강화됐고 이에 따른 흉기 난동 의심 신고도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드 제로 신고'는 경찰 출동 최고 단계로 분류되는 신고를 뜻한다.

순찰과 신고 대응 등 치안 업무에 경찰 업무가 몰리자 수사력 공백을 우려하는 경찰도 있었다.

서울 일선서의 경찰 간부는 "순찰이 경찰 업무의 다는 아닌데, 여기에 모든 기능이 집중되다 보니 다른 업무에서 공백이 생긴다"며 "수사력을 집중해 빨리 사건을 해결하기도 바쁜데, 과도하게 경찰력이 (순찰에)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