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KIF), 1일 DDP서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 세미나 열어
핀테크기업 한계 극복 방안으로 해외진출 지원 강화·규제 불확실성 완화·출구전략 마련 등 제시
1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전문위원,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 우시다 료스케 일본 금융청 금융혁신추진실장,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부사장, 안규찬 비바리퍼블리카 실장. 사진=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핀테크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진출 지원 강화와 규제 불확실성 완화,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투자 및 인수·합병 활성화 등이 필요합니다."
1일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실장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 수는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2.8% 증가했다. 또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 톱 5 핀테크 기업(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카카오뱅크, 페이코)의 모바일 앱 누적 가입자 수는 1억5000만명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신규 상장 기업 수 대비 핀테크 기업 수 비중은 4.5%에서 7.5%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핀테크 기업의 비중이 3.2%에 그쳤던 데다가 △국내 금융시장 포화 △핀테크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 감소 △시드(초기) 단계 이후 투자 부족 △물리적 망분리 규제 △경쟁제한적 환경 심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대출업체·마이데이터 업체의 경영난 등 각종 요인이 핀테크 업계의 한계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 승인 현황을 보면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첫해 83건에 달했던 혁신서비스 승인 건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1건으로 감소했으며, 핀테크와 보험사의 승인 건수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한 건도 없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말 이전까지 초기단계 투자를 받은 국내 핀테크 기업의 62.2%는 지난해 9월 기준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또 물리적 망분리가 금융보안 및 인증 관련 신기술 도입 지체 요인으로 작용하며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가운데, 핀테크 기업들이 활동하는 시장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핀테크 생태계 훼손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업체의 경우 비즈니스모델 부족으로 난항을 겪는 중 내년부터 데이터에 과금을 실시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 실장은 핀테크 기업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사·공공기관, 해외 진출 시 핀테크 산업 연계해야"
먼저 서 실장은 "국내 규제완화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고 금융시장이 포화돼 있는 만큼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해외진출 지원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 실장은 "금융사와 공공기관이 해외에 진출 시 현지 온라인 플랫폼 및 내부 IT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현지에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핀테크 산업을 연계하면 핀테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 주도의 해외 투자 로드쇼를 개최하는 것도 핀테크 투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 불확실성 완화를 통한 샌드박스 활용도 향상 또한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현재 샌드박스를 통과한 핀테크의 경우 초기투자가 활성화되는 상황이나, 규제적용 배제기간인 2년 내지 3년6개월 이후 제도화가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 실장은 "샌드박스와 유권해석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법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스몰라이선스를 도입해 핀테크의 업무가 정식으로 인가받을 확률을 높여야 스케일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투자가 초기단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금융회사 투자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핀테크 출구전략 차원에서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넘어 인수·합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실장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출자한도를 5%에서 15%로 올리는 방안과 금융회사의 금융업 관련 부수업무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핀테크 투자 활성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은행·금융지주회사·보험사·카드사 등의 비금융 자회사 허용 논의가 금융사의 핀테크 인수합병 유인으로 작용할 경우 IPO를 추진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핀테크의 출구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서 실장은 이어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에 따라 핀테크의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기회가 감소하는 점에 착안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개척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대학·연구원·공공기관·해외 전문인력과의 협업을 통한 혁신성 향상 △물리적 망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보안·인증 관련 핀테크 활성화 △핵심인력 빼가기·플랫폼 배제 등 경쟁제한적 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수단 정립 등이 해결책으로 언급됐다.
"핀테크 인수합병 활성화, 금융자본 존속 심화" VS "투자 유치하고 봐야"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 세션에서는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부사장과 안규찬 비바리퍼블리카 대외협력정책실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김 부사장은 "스몰라이선스 제도의 경우 다양한 전문성과 기술적 배경을 가진 작은 기업들이 금융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라며 "망분리 제도 개선을 통해 핀테크 업계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이 유출되는 사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실장도 "핀테크 업권 자체가 B2C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데, B2B 산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마이데이터 과금 관련 논의도 중소형 핀테크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안 실장은 핀테크 출구전략을 위한 대안으로 인수합병 활성화가 제시된 것에 대해서는 "핀테크의 금융자본 존속 심화와 핀테크 사업 확장 저해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논의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서 실장은 "금융사들의 핀테크 인수 사례가 해외에는 많은데, 아직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인수합병이 아예 불가능할 경우 오히려 핀테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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