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경제가 정부 정책 등에 힘입은 탄탄한 소비를 발판 삼아 고강도 금리인상 속에서도 경기침체를 피했지만 향후 전망을 놓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5월 18일(현지시간) 캔자스주 데소토 인근의 파나소닉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철골구조물 작업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에도 좌초하지 않고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5.25~5.5%로 끌어올리는 40년만에 가장 공격적인 통화긴축에 들어갔지만 미 경제는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이하 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3가지 요인 덕에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동력 증가와 인플레이션 진정에 따른 소비확대, 팬데믹 기간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 따라잡기, 그리고 재정·통화 부양책에 따른 안전판 강화 효과 등이다.
이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공행진은 피하면서도 경제가 연착륙하는 가장 이상적인 '골디락스'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면서 금리인상 시간차 등의 여파로 미 경제가 내년에 침체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력 증가와 인플레이션 진정
미 노동부가 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미 경제가 골디락스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8월 신규고용은 18만7000명을 기록했다. 8월까지 미 경제에 지난 1년 동안 새로 생긴 일자리는 이로써 310만개로 늘었다.
실업률은 노동시장에 새로 뛰어든 이들이 늘면서 7월 3.5%에서 8월 3.8%로 뛰었다.
노동수급은 수요초과 상태를 이어가고, 인플레이션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소비주체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노동자들의 세후 실질소득은 7월 전년동월비 3.8% 올랐다. 올들어 매달 전년동월비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의 7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전망하는 연소득이 6만7000달러로 1년 전보다 7000달러 늘었다.
소득 증가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리서치업체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소득이 현재 (미 경제라는)버스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충족 못했던 수요 따라잡기
미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은 팬데믹 기간 공급 부족으로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다. 뒤늦게 공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소비자들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소비에 나서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팬데믹 당시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부족으로 자동차는 주문 뒤 1년은 지나야 신차를 인도 받을 정도로 심각한 공급 차질을 빚었다. 2020년, 2021년 2년에 걸쳐 심각한 공급 차질로 몸살을 앓던 자동차 산업이 정상화된 터라 소비자들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구매 행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주택구입도 마찬가지다.
고금리로 인해 주택 거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의 매물이 거의 실종됐지만 구매자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고금리 속에서도 주택시장이 공급자 중심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터워진 충돌 안전판
정부의 대규모 팬데믹 지원금과 연준의 초저금리, 급격한 통화발행이 경기둔화 충격에서 각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미 경제가 침체를 피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미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계 지원에 수조달러를 투입했다. 이 돈은 가계 저축으로 작용해 지금의 지속적인 소비활동 바탕이 됐다.
재정지원과 함께 연준이 금리를 제로금리로 떨어뜨린 것도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가계와 기업이 넉넉한 완충자본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처럼 연준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채 부담이 높은 가계와 기업이 지출을 줄이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각 경제주체가 체력을 키운 덕에 충격이 크지 않았다.
올 1·4분기 가계 부채 원리금 비용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에 머물러 1980~2020년 3월 사이에 기록한 최저 수준을 밑돌았다. 고강도 금리인상 속에서도 저축과 임금상승으로 가계가 충분한 체력을 확보하면서 이자 부담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의 가계 직접 지원금 바통을 이어받아 2021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법 의회통과를 이뤄냈고, 지난해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도 통과시켰다.
수천억달러가 재생가능에너지, 반도체 제조업에 투입되도록 하는 법률들이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그러나 지난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했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들고 있다는 우려도 한 켠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그동안 모아뒀던 저축이 바닥나면서 고금리 부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이시 백화점의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았던 점이 그 불길한 징조로 해석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렇지만 아직은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대체로 통제되고 있는 터라 내년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해 금리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경제에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초반에 지나치게 급격하게 이뤄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연준 금리가 적정한 수준을 넘어 이른바 오버슈팅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나치게 긴축적인 수준의 고금리로 인해 미 경제가 조만간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이들은 비관하고 있다.
해외요인도 비관적이다.
세계 2위 중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수출 주도 경제인 독일은 탈세계화 흐름 속에 올해 침체가 예상된다.
내년 중반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과 내년 봄 완만한 둔화를 겪을 것이라는 상대적인 낙관이 대립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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