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 정문 앞 추모공간에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밌는 수업과 소중한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초등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 (지난해 6학년 제자 올림)
4일 스스로 세상을 떠난 30대 여교사 A씨가 근무했던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 정문 추모공간은 동료 교사와 학부모, 제자, 시민들이 붙인 메시지가 빼곡했다.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에는 검은 글씨로 "누가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나요", "저희는 운이 좋아 살아있을 뿐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지난달 31일 A씨는 14년차 교사로, 육아 휴직 후 지난해 2학기 복직해 6학년 담임을 맡다가 지난 3월부터 연가와 병가 등을 사용해 시간 강사와 기간제 교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A씨가 사망한 날은 질병 휴직 마지막 날이라고 알려졌다.
이날 정문 앞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쓴 추모 행렬,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교 정문 앞 길을 따라 동료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가득 들어섰다.
신목초를 찾은 50대 중등교사 이모씨는 "학교마다 비일비재해 이제 악성 민원, 문제 학생에 시달리는 분위기가 '문화'가 됐다"며 "사소한 일도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 법으로 해결하려는 악성 민원과 그 사이에 담임 교사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교사들은 교육부 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휴직 상태의 서울 초등교사 성모씨(32)는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제언한 보고서가 있는데 아직 교육부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면 비용 지불'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동료 교사들은 모두 격분하고 있고 숨진 교사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어 공감되고 슬프다"고 지적했다.
연차를 내고 방문한 10년차 초등교사 40대 이모씨도 "연가를 내고 집단행동을 하면 처벌하고 징계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보고 무슨 희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숨진 선생님도 있던 반도 담임 교체가 여러 번 이뤄질 만큼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목소리를 내는 동료 교사들 사이에 조용히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이날 고인이 생전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고통을 받았다는 학부모의 제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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