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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유족 "교육현실 개선 고인 바랄 것"

"돌아오면 안되겠지" 선생님 그리워하며 눈물
"'언니' 부를 수 있어 감사…등대같은 선배"
외삼촌 "비극적 죽음 없도록 대책 마련해야"

[현장]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유족 "교육현실 개선 고인 바랄 것"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년차 서이초 초임교사(23) 사망 49재 추모식에서 유족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너를 삼켜버린 듯한 무더위가 지나 가을이 오는데, 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리 곁으로 돌아와주면 안 되겠니."(이모 동료 교사)
2년차 서이초 초임교사(23) 사망 49재 추모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 지난 7월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유가족 등 수백명이 모였다.

추모제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 등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동료교사와 유가족들은 추모사를 들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외삼촌은 "교육 현실을 바로잡은 계기가 되길 고인도 바랄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현장 개선을 촉구했다.

눈물로 진행된 추도식
가장 먼저 추모사를 낭독한 서이초 교사의 동료 이모 교사는 단상에 서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며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리는 멈춰 있는데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간다. 아직도 나와 다른 친구들은 이제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 7월의 그날 이곳에 멈춰서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라고 토로했다.

또 서울교육대학교 대학 후배인 서모씨는 '언니'라고 부르겠다며 고인과의 추억을 공유했다.

서씨는 "극단 선택한 초임교사'라는 말밖에 안들렸는데 드디어 언니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곳에 왔다. 여기서라도 언니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보고 인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작년 언니 생일에 마지막에 보며 조만간 또 보자고 했다. 언니와의 사진을 돌아보니 제가 기억하는 언니는 강하고 책임감 넘치는 멋진 선배이자 커다란 나무, 등대 같은 선배였다"고 했다.

아울러 서이초 권선태 교장은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 또래 자녀를 가진 어머니이자 학교장으로서 힘이 돼주는 한 사람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 서이초 모든 선생님이 그런 마음일 것"이라며 "선생님이 가시고 지금까지 공감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모여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선생님이 힘들어하기 전에 해결되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바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장]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유족 "교육현실 개선 고인 바랄 것"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년차 서이초 초임교사(23) 사망 49재 추모식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하는 동안 교사들이 등을 지고 앉아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선생님 목소리 귀 기울이겠다"
이날 현장을 찾은 교육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교육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월 22일부터 토요일마다 매주 선생님들이 모여 외치신 간절한 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교사들은 이 장관의 발언을 보이콧하는 취지로 등을 지고 앉는 모습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장서 선생님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가늠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교, 선생님 없이 우리 사회와 미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참담한 비극 이후 깨닫고 있다. 어리석게도 소중한 교훈을 선생님을 떠나보내고 뉘우쳐 부끄러운 마음으로 반성한다"고 전했다.

답사에 나선 유족 대표 외삼촌은 "조카는 부모, 가족의 자랑이었다. 조카를 위해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마지막을 애도하고 추모해 줘 감사한다"며 "이런 비극적인 죽음이 학교 현장이나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삼촌은 "교육 현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고인도 바랄지 모르겠다"며 "교사를 꿈꿨던 젊은이들이 후회하지 않고 조카 같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