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강서화훼단지 상인들은 최근 임대차계약 갱신 계약서를 받아들고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2년 만에 새로이 받아든 계약서 임대료 란에는 제작년보다 무려 56% 상승한 금액이 적혀 있었던 것.
▲강서화훼단지 전경. 사진=노동균 기자
부산 도시철도 3호선 강서구청역에서 체육공원역을 오가는 지상구간 아래 길게 늘어선 유휴부지에서 운영 중인 강서화훼단지에는 현재 원예용 비닐하우스 65동이 설치돼 있다. 부지는 부산교통공사 소유로 약 16년 전 민간에서 국토교통부가 요구하는 화재안전 요건 등을 충족한 후 승인을 얻어 화훼단지를 조성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강서화훼단지 상인들에 따르면 이 곳은 애초 유휴부지였던 탓에 초기 하우스 건설에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화훼단지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는데 기어이 일상회복이 찾아온 시점에서 돌연 부산교통공사가 50% 넘게 오른 임대료를 요구해 조합원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최창희 강서화훼단지 자치회 회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도저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이 안되는 임대료 인상폭에 조합원들이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면서 “부산교통공사가 저소득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배려는 커녕 이렇게 폭리와 갑질을 일삼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훼단지 측은 공사가 사전 공지도 없이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료를 인상하더라도 화훼단지 측이 계약 당사자로서 납득할 수 있도록 감정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공사에서 하는 지하철 상가 임대사업의 경우 계약기간도 한 번에 5년씩인데다 적어도 시설물 관리라도 해주지만 여기는 임대료만 받고 손 하나 대지 않고 있다”면서 “하우스 바로 앞 엉망이었던 흙길만 해도 공사 소유가 아닌 하천부지라는 이유로 강서구청 민원을 통해 겨우 정비를 완료했는데 공사는 가만히 앉아서 주변 가치가 올랐다면서 임대료를 더 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사에서 진행한 감정평가에서 주변 가치가 올랐다고 판단했더라도 비닐하우스를 갖고 당장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50% 넘는 임대료 상승 통보는 나가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면서 “우리 쪽에서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와 더불어 임대차보호법에서 명시하는 상식적인 선에서 공정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교통공사 전략사업처 사업운영부 담당자는 “통상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역 구내 상가와 같은 시설과는 달리 강서화훼단지는 임대차보호법이 해당되지 않는 시설”이라면서 “임대료는 면적에 대해 일원화된 단가가 적용되며 상승폭은 하우스 면적이 조금씩 상이한 곳이 있어 낮은 곳은 30%, 높은 곳은 약 55%까지도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정평가 결과와 관련해서는 “공사에서는 토지 임대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감정평가 기관에 의뢰하도록 업무상 명시돼 있어 임의로 임대료 상승폭을 산정해 제안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계약 당사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협의에 임하겠다”라고 답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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