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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부부싸움 과정에서 남편의 폭행에 맞서다 팔을 할퀸 부인의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다. 자신을 폭행하는 배우자의 팔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팔을 할퀴어 상처가 났다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헌재는 A씨가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인천의 자택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배우자 팔 부위를 할퀴었다는 이유로 폭행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고,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함에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1년 1월 배우자 B씨와의 다툼이 심해져 경찰까지 출동하게 됐다. 당시 A씨와 B씨는 각각 '남편에게 폭행을 당함', '여자가 나가지 않고 행패 중'이라고 112에 신고했다. 이 다툼으로 B씨는 팔에 긁힌 모양의 상처가 생겼고, A씨는 약 28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 골절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양측 주장은 엇갈렸다. B씨는 "A씨가 유리로 된 그릇으로 (자신을) 내리찍으려고 하는 것을 막으며 (112에) 신고를 했고, 휴대폰을 뺏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A씨가 혼자 넘어졌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게임 때문에 다투다 화가 난 B씨가 A씨를 양손을 잡고 끌어 밖으로 내보냈고, 그 과정에서 B씨 팔에 상처가 났다. B씨가 발로 배 부위를 걷어차 (자신의) 허리가 책상에 부딪혀 골절됐다"고 맞섰다. 당시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모두 폭행 혐의를 적용하고 각각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A씨가 헌재에 제출한 사건 당시 음성녹취 파일에는 서로 말다툼을 하다 B씨가 A씨를 잡고 끌거나 배를 차는 등 일방적인 폭행 과정을 비롯해 '내 몸에 손대지 말라, 발로 차지 말라'는 A씨 비명이 담겨 있었다.
헌재는 "A씨는 폭행으로 약 28일에 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해 행사한 유형력 정도는 비교적 경미하고, 여성인 A씨가 손톱으로 팔을 할퀸 것은 최소한의 방어수단인 점 등을 보면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제출한 음성녹취 파일을 근거로 B씨가 주장한 'A씨가 그릇으로 폭행하려는 정황'은 없고 B씨가 A씨를 일방적으로 폭행한 정황만 확인됐다고 본 셈이다. B씨 상처는 A씨 주장처럼 끌려가는 도중에 B씨 손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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