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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물가 못버텨" 급전창구 찾는 서민들... 하반기에도 어려운 살림살이

추석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급등
8월 택시요금 19% 올라 역대급
당국은 가계빚 누르려 대출 묶어
DSR 비켜간 보험계약대출 급증

"대출·물가 못버텨" 급전창구 찾는 서민들... 하반기에도 어려운 살림살이
들썩이는 집값에 대출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 예·적금담보대출(예담대)은 물론 보험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 예담대와 보험담보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초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제한을 걸면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집값과 함께 물가도 석 달 만에 3%대로 재진입하며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최근 10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이고, 8월 택시요금이 19.1%나 오르는 등 공공서비스 물가도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탓이다. 금융당국이 각종 대출을 옥죄는 가운데 집값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하반기 서민경제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 찾아 삼만리…보험대출 급증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회사 대출채권 잔액은 273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272조4000억원)보다는 7000억원 늘었는데 특히 가계대출이 1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4%(4조2000억원) 늘어났다. 기업대출 잔액이 2.31%(약 3조3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눈여겨볼 것은 '급전' 수단으로 쓰이는 보험계약대출이 68조2000억원으로 7000억원 늘어나며 가장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험계약대출은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일으키는 대출로, DSR 산정대상이 아니다. 또 별도 심사가 존재하지 않아 신용도가 낮거나 은행 이용이 어려운 차주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DSR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예담대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예금을 깨지 않은 채 예·적금 잔액의 95~100%까지 대출할 수 있는 예담대는 매달 내는 이자만 DSR 산정에 포함된다. 대출금리도 신용대출에 비해 훨씬 낮다. 통상 예담대 대출금리는 해당 수신상품 금리에 연 1.0~1.5%p를 더한 금리로 적용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7월 말 예담대 잔액은 2조543억원으로 집계돼 올해 1월(1조8716억원)보다 1827억원 늘어나며 2조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이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대출 풍선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5대 은행의 지난 8월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3조42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1조2811억원보다 260%가량 늘어난 것이다. 논란이 되자 IBK기업은행, 삼성생명·화재, NH농협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는 당국 규제에 앞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없앴다.

■유가·택시비…서민물가 비상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기후이상에 따른 농산물 가격 오름세로 서민물가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택시요금이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로 오른 것은 물론 시내·시외버스 요금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전체 공공서비스 물가도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이 감산 연장에 들어가면서 국제유가는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1.04달러(1.2%) 오른 90.04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택시료를 중심으로 한 공공서비스 물가도 급등세다.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 중 택시료지수는 120.19(2020년 100)로 1년 전보다 19.1% 상승했다.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박종원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