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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번영'일까·'올가미'일까, 10주년 中일대일로의 '속내'

- 中 중심의 거대 경제권 '중국몽'
- 부채의 덫, 윤곽 뚜렷해지는 ‘부작용’
- 中 장악력 우려한 美 등 서방의 견제

'공동 번영'일까·'올가미'일까, 10주년 中일대일로의 '속내'
ⓒ News1 DB /사진=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핵심 대외확장 정책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가 7일로 10주년을 맞으면서 중국이 대규모의 사절단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명분이 개발도상국의 ‘공동 발전 모델’이고, 중국은 개도국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미국 등 서방국가에 ‘중국 중심 개도국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밋빛 청사진을 기대했다가 성과 미흡에 이탈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채무의 덫’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를 명분으로 한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견제 역시 뒤따른다.

中 중심의 거대 경제권

중국은 10년 전인 2013년 9월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추진해왔다. 거대 경제권을 형성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것이 일대일로의 골자다. 다만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대일로 홈페이지를 보면 정책 대화, 문화교류, 유학생·관광·대학생 등 인적 왕래도 일대일로의 전략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2030년까지 관련 국가에서 760만명이 극단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3200만명이 차상위 빈곤에서 탈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소득이 0.7~2.9%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또 지난 10년 동안 152개국과 32개 국제기구가 200여건의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고 자랑했다.

오는 10월 17일 개최로 알려진 일대일로 10주년 국제협력 정상포럼은 이 같은 성과를 내외에 홍보할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 달 뒤인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중국의 세력을 자랑할 속내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7년 제1회 포럼은 28개국, 2019년 제2회 포럼은 세계 37개국 지도자가 중국을 찾았다.

'공동 번영'일까·'올가미'일까, 10주년 中일대일로의 '속내'
중국·이탈리아 외교장관 회담. 중국 외교부 제공

윤곽 뚜렷해지는 ‘부작용’

그러나 일대일로의 ‘부작용’도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다. 일대일로는 자국 국유은행이나 기업을 통해 참여 국가에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해 주는 방식을 쓴다. 또 중국 기업이 사업을 맡아 자국 인력과 자재를 끌어다 쓴다. 식자재까지 중국산이다. 참여국에겐 장기 대여금이나 차관 형태로 돈을 빌려준다. 대신 중국은 항만이나 토지 등 해당국 기반 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얻는다. 참여국은 빚이 늘고, 이를 무기로 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장악력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참여국의 대중국 부채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3800억달러(약 462조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최빈국이 몰려 있는 아프리카 국가가 빌린 중국 자금은 전체 중 38%가 넘는 1450억달러(약 177조원)에 이른다. 공교롭게 중국은 아프리카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확장판에도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새로 합류했다.

세계은행(WB)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채무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1개 저·중소득국가의 대외채무가 9조3000억달러(약 1경2266조원)라고 밝혔다. 지난해 파산을 선언했던 스리랑카의 경우 국민총소득(GNI) 대비 대외부채 비율은 2010년에 39%였으나 2021년엔 69%로 뛰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잠비아의 대외부채 비율은 22%에서 125%로 급증했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빚을 갚지 못해 중국 국영기업에 항만 운영권을 넘겨줬고, 대외 부채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잠비아는 대출 이자 지급 중단을 중국이 거부하면서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파키스탄도 과다르 항구 운영권을 40년간 중국에 빼앗겼다.

신용평가사 피치와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국가 디폴트 14건 가운데 9건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에서 발생했고,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23개국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일대일로를 효과를 기대했던 이탈리아는 중국의 보복 우려에도 탈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중국의 독특한 대출 관행이 많은 개도국들을 현 환경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남미와 아프리카의 많은 신흥국들을 10년 넘게 황폐화시킨 1970년대 부채 위기와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동 번영'일까·'올가미'일까, 10주년 中일대일로의 '속내'
[연합뉴스TV 제공]

中 장악력 우려한 美 등 서방의 견제

서방은 일찌감치 이런 우려를 제기하며 일대일로를 견제해왔다. 주요 7개국(G7)은 2021년 6월 영국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일대일로 맞불 성격의 ‘더 나은 세계재건’(B3W) 출범에 합의했다. 중국 자본이 들어간 저소득국가 혹은 개도국에 대한 인프라 개발을 돕겠다는 취지다. 즉 B3W는 지금까지 중국이 저소득국이나 개도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으로 세력을 넓혀 온 만큼 이제부터라도 그 역할을 미국 중심의 동맹국이 맡겠다는 것이다.

또 유럽연합(EU)은 자체적인 ‘글로벌 게이트웨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국제적인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우선 2027년까지 3000억유로(약 430조원)를 투입한다.

다만 중국이 여태껏 공들여 놓은 일대일로 정책을 손 놓고 빼앗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에 일대일로는 글로벌 경제권 구축 외에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뚫은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국제무대는 각 국가별로 발언권이나 투표권이 있으므로 중국 울타리 안에 있는 일대일로 참여국은 서방국가에 대항해 중국 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고위직에 자국인을 앉히려고 하는 것이나 올해 10주는 행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같은 포석으로 풀이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