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에도 옛연인 찾아가 살해
검찰, 30대 남성 구속 기소
유족 “재판 앞두고 ‘보복살인 아니다’ 얘기 나와"
유족이 공개한 스토킹 피해자 이은총씨 생전 모습(왼쪽)과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이낸셜뉴스] 인천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여성의 유족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특히 피해여성은 6살 딸과 엄마 앞에서 무참히 살해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토킹 살해 피해자 30대 A씨의 유족은 지난 8일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렸다.
A씨의 사촌 언니로 알려진 글쓴이는 “가해자는 동생의 전 남자친구 B씨였다”며 “(둘은) 우연히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이 됐고 동생의 소개로 같은 직장까지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 연애를 전제로 B씨를 만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개 연애를 원했다고 한다”며 “집착과 다툼이 많아져 헤어지자고 했을 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30대 B씨가 A씨에게 계속 연락하고 팔에 멍이 들 때까지 폭행해 결국 신고가 이뤄졌지만, 이후로도 연인 시절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차를 타고 쫓아오며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지속해서 카톡 메시지를 보내 괴롭힌 B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모든 직장동료들이 (동생과) 가해자와의 사이를 알게 됐고 이 상황에 지친 동생은 그냥 사진을 내려주고 부서를 옮겨주면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며 “각서를 받고 고소를 취하해 줬지만 가해자는 또 은총이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날은 A씨의 동생 이은총이 전 남자친구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기 한 달여 전인 6월 9일이었다.
다시 이씨 앞에 나타난 가해자가 두려워 이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4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경찰 "스마트워치 재고 많지 않다"
반납 요청
그렇게 수차례 스토킹 위협을 받던 이씨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으나 6월 29일 경찰은 이씨의 집에 찾아와 스마트워치 수량 재고가 많지 않다며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 달라’고 안내했고, 이씨는 그렇게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B씨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A씨가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것”이라며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당사자 의사에 반해 기기 반납을 종용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유족 측은 “지금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많은 피해자가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가해자 엄벌 탄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54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발생했다. B씨는 출근하려 집을 나서는 A씨를 집앞 엘리베이터 앞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글쓴이는 “살려달라는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동생이 칼에 찔렸다”고 사건이 발생한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동생이 칼에 맞아 쓰러지자 가해자는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이 끼친다. 엘리베이터 앞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린 동생은 과다출혈로 죽었다”며 분노했다.
B씨는 A씨를 살해하기 전인 지난 2월 A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6월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A씨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내용의 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법원에서 받았다.
B씨는 경찰에서 “A씨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무시해 화가 났다”면서도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B씨에게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유지했다.
검찰은 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B씨를 구속 기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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