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가, 프로그램 만들어 가짜계정 생성
경찰 "일반인 불가능하지만 전문지식 있으면 가능"
추가 범행 수사 집중…블라인드 확인 필요
"계정 보관 안한다" 블라인드 주장 증명될까
[팀블라인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짜 계정을 만들어 판매한 정보통신(IT) 개발자 A씨가 지난 1일 검거됐다. 경찰 사칭 계정으로 블라인드에 살인 예고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정 판매자까지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계정으로 조롱글 관련 수사의 경우 작성자를 찾지 못하고 종결된 것과는 정반대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 사칭 계정 수사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 본사와 서버를 둔 블라인드의 협조 여부가 핵심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가짜 계정을 만들어 판매한 IT 개발자가 검거 계기로 경찰은 블라인드 내 추가 가짜 계정이 존재할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 A씨가 가짜 계정을 만드는 방식은 IT 관련 지식이 있는 전문가라면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특정 사이트에서 발신자 이메일 주소를 바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범행에 활용했다. 이를 통해 삼성, SK,LG 등 유명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교육부, 경찰청 등 공공기관 계정이 1개당 4만~5만원에 판매됐다.
가짜 계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에 있는 블라인드 서버 등을 들여다봐야 해서다. 이에 경찰도 미국 사법당국의 협조를 받아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는 '국제형사사법공조'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지난 2021년 'LH 조롱글'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블라인드의 협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21년 3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블라인드에 "(투기가)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남경찰청은 블라인드의 한국 사무소를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이후 다른 수사 기법 등을 활용하다 결국 작성자를 찾지 못해 작년 3월 종결 처리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명예훼손이 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국제 공조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가짜 계정을 만들어 판매한 A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미국에서도 협조가 가능한 사안이다.
A씨에게는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죄,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상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적용됐다.
다만 미국이 선별적으로 국제공조수사에 협조하고 절차 역시 까다롭다는 어려움은 남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블라인드 측에 추가로 협조를 요청해 본 뒤 적절한 시점을 보고 공조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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