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국가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25년째 소득의 9%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 인상 문제와 함께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제기됐지만 번번이 현실화하지 못했다.
10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연금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지급보장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그래도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 국가에 지급보장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차 재정계산위에서 빠졌던 명문화 권고가 처음으로 들어갔다. 지급보장 명문화는 기금 고갈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추진된다.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면서 "내기만 하고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여론이 큰 상황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사업을 관장하고 실제 사업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하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전제해놓고 있다. 하지만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명시돼 있지 않다. 국민연금법에 기금 소진에 대비한 국가 지급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2014년 1월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국가는 연금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해석이다. 반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립학교교원연금 등은 급여 부족이 발생하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이를 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급보장 명문화를 반대하는 측에선 국가재정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국가의 잠재적 부채(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행법으로도 기금 고갈 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별도의 규정은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지난 4일 '생방송 대한민국'에 출연해 "(국민연금과 관련해)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국민연금법에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급보장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개혁할 때 더 명확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급여 지급보장 명문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재정계산위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말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