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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전 와중에 터진 혐오.차별 '후유증'...상아탑 지성 실종

[파이낸셜뉴스]
고연전 와중에 터진 혐오.차별 '후유증'...상아탑 지성 실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지난 8~9일 개최된 '고연전 축제' 와중에 서울 신촌 연세대 교정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김경수 기자
국내 대표 명문 사학들이 축제기간에 각종 혐오, 차별 그리고 선정적인 공연 등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지난 8~9일 진행된 연세대와 고려대의 공동축제인 고연전(짝수해에는 연고전) 와중에 재학생들간의 도를 지나친 냉소, 혐오, 차별이 드러났다. 이같은 논란은 고연전 시작전부터 야기됐다. 두 대학은 각각 교내에 상대편 대학들을 비하하는 듯한 각종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교정에는 '너 T발 K야?'라는 욕을 연상케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T발은 '씨발', K는 고려대를 연상케 한다.

또한 고려대를 비하하는 듯한 각종 현수막도 내걸렸다. 연세대 교정에 내걸린 '크림 가득 연세빵 vs 소문만 가득 초전도체'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고려대 출신 연구진들이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검증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비꼰 것이다.

이들 현수막들은 연세대 입구부터 언더우드관까지 이어지는 백양로에 버젓이 내걸렸다. 전교생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이들 논란의 현수막이 버젓이 내걸렸지만 저지되지 않았다.

고연전 와중에 터진 혐오.차별 '후유증'...상아탑 지성 실종
정기 고연전(짝수 해는 연고전)이 열린 지난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아이스하키 경기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교와 분교 학생들간의 차별 논란도 이어졌다.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의 익명게시판에는 지난 5일 '세종(세종캠퍼스 학생)은 왜 멸시받으면서 꾸역꾸역 기차나 버스 타고 서울 와서 고연전 참석하려는 거임?'이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고려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노골적 차별에 분개한 세종캠퍼스 총학생회가 대자보를 두 캠퍼스에 붙였다.

세종캠퍼스 대학총학은 대자보에서 지난 5월 고려대 응원제인 '입실렌티'를 준비하면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 세종캠퍼스 재학생을 '학우'가 아닌 '입장객'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캠퍼스 총학은 이 '입장객'이라는 표현을 두고 "세종캠퍼스 학생을 학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연전 와중에 터진 혐오.차별 '후유증'...상아탑 지성 실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지난 8~9일 개최단 고연전 축제를 앞두고 연세대 교정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김경수 기자
또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7일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원세대 조려대'라는 제목으로 두 학교의 분교생을 깎아내리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표현은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의 지방캠퍼스를 부르는 오래된 멸칭으로, 원주시에 있는 연세대 미래캠퍼스와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뜻한다.이 글 작성자는 "연고전 와서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면 니가 정품 되는 거 같지?"라며 "니넨 그냥 짝퉁이야 저능아들"이라고 조롱했다.

이외에 선정적인 대학축제 퍼포먼스로 인해 경찰 수사까지 벌어졌다. 성균관대 축제에선 출연가수인 마마무 멤버 화사(본명 안혜진·28)가 음란성이 엿보이는 퍼모먼스를 하면서 논란이 됐다. 화사는 지난 5월12일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서 두 다리를 벌린 뒤 손가락을 가랑이 사이에 넣어 특정 부위에 갖다 댄 이후에 혀로 그 손가락을 핥아대는 동작을 했다.

해당 장면은 축제 직후 '직캠'(팬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 형태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화사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퍼포먼스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해 검찰에 송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