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각료들, 침체 위기 풀기 위해 전문가 초빙 회의
적극적인 민간 시장 부양 필요하지만 실행 어려워
시진핑에게 모든 권력 집중, 허락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권력 누수에 민감한 시진핑...민간 경제 성장에 '언짢'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달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해외 중국인 관련 행사에 참석한 모습.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중국의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원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 체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진핑 스스로 권력을 위협하는 민간경제 성장을 싫어하는데다,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시진핑의 허가 없이는 아무리 급한 정책이라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中 실무 관료들, 경기 침체에 비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정부 안팎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고위 중국 관료들은 상반기만 하더라도 지난 1월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인해 경기가 살아난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슬슬 위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고 경제 전략 부서에서부터 부동산 및 대출 담당 부서를 포함한 정부 기관들은 6월 이후 최소 12차례나 경제 전문가들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지난 6월, 2차례의 정부 회의에 참석한 익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방 안에서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모인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반드시 강제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이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투자 감소, 소비 감소 및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미 일부 부동산 대기업과 금융 기업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 GDP 증가율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내렸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5.5%에서 5%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4.9%에서 4.5%로 하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장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공사 중인 사업들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집을 사려는 시민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여 구매 심리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4일 단기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2.65%에서 2.5%로 낮추는 등 시장에 돈을 푸는 정도로 대응했다. 시장에는 총 6050억위안(약 110조원)의 돈이 공급될 예정이나 이는 경기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였다.
시진핑은 앞서 2016년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지적하며 이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부동산 기업들을 다시 살린다면 그 동안의 정책이 무색해진다.
또한 관계자들은 WSJ를 통해 중국이 자국의 민간 기업을 견제하는데 이어 외국 기업도 견제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간 경제의 성장으로 정부 권력이 약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시진핑은 경기 회복을 위해 의사결정권을 분할할 경우 자신의 영향력이 약해질까 걱정하고 있다.
시진핑 허락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현재 시진핑은 경제 개방 이후 지속되던 집단 지도 체제 대신 자신을 중심으로 당과 정부를 운영하는 1인 지배 체재를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3연임을 확정했다. 그는 공산당이 인사 및 감독권만 행사하고 실제 정책 집행은 국무원이 하던 ‘당정분리’ 원칙을 깨고 당이 주도하는 ‘당정일체’를 추진하면서 최측근들을 요직에 올렸다.
그 결과 시진핑의 허가 없이는 새로운 경제 정책을 시작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WSJ는 과거 일상적 경제 상황을 관리했던 국무원이 최근 몇 주에 걸쳐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방 정부들 역시 중앙에서 확실하게 권력 위임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훗날 정책 실수로 인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로건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중앙화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그 어떤 인사라도 시진핑의 이름 없이는 신뢰감 있는 메시지를 보내기 어렵다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의 중국 전문가 민신 페이 교수는 "시진핑의 권력 중앙화는 중국 경제가 1978년 이래로 경험하지 못한 신뢰의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페이는 "국민들이 중국의 전망에 대해 다시금 희망을 갖게 하려면, 시진핑은 덩샤오핑처럼 경제를 이해하고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에게 권한을 부여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보도에서 지난달 중국 공산당 원로 그룹이 시진핑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와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시진핑은 따로 측근들을 모아 “10년 동안 노력했지만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며 격분했다고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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