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서부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택시 기본요금을 20% 올랐지만 택시 부족사태나 운전자 처우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요금 인상 7개월이 지났지만 수요가 붐비는 시간대엔 여전히 택시잡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선 택시기사들은 요금 인상 후 사납금도 함께 올라 수입 상승은 크지 않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2~6월 법인 택시 가동률은 평균 33.72%로 직전 5개월간(지난해 9월~지난 1월) 평균인 32.69%와 견줘 약 1%p 오르는 데 그쳤다. 가동률은 법인 내 택시 차량을 100대라고 가정한 후 실제 운행되는 비율이다. 개인 택시의 경우 택시총량제로 지난 1997년 이후 동결되면서 신규 유입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택시 운송사업 요금과 요율을 인상했다. 중형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을 3800만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2000m에서 1600m로 줄였다.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였던 심야 할증 적용 시간도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로 구간을 늘렸다. 특히 저녁 11시~새벽 2시 구간엔 할증률 40%를 적용했다. 중형택시의 요금 인상률은 19.3%에 이른다. 요금 인상으로 택시업 종사자 처우를 개선해주고, 특정 구간 심야 할증률을 높여 수요가 폭증하는 시간대에 택시 운행을 늘리도록 하자는 목적이 있었다.
요금 인상 7개월이 지났지만 시민들과 택시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29)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이면도로에서 택시를 불렀지만 오지 않아 결국 대로변에 나아가 20여분 정도를 더 기다린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며 "특히 금요일이나 목요일 심야에는 여전히 택시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31)는 "출근 시간대에 택시를 자주 타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심야 할증이 의미가 없었다"면서 "결국 일과 시간대에 택시 잡기 어려운건 똑같은데 기본요금 부담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일선 택시기사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요금 인상으로 수입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두드러진 처우 개선 효과는 없다는 평가다.
10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70대 하모씨는 "택시비가 올랐지만 사납금도 올랐다"며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한달에 200만원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납금을 내지 않는 개인 택시 종사자들은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모씨(60대)는 "요금 인상 전에 한달 170만원 정도 벌었다면, 지금은 19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처우 개선은 없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인상 흐름 속에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가격까지 올라가면서 택시 기사 수입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가 모자란 게 아니라 택시를 몰 사람이 없다. 택시 대란이 아닌 인력 대란"이라며 "종사자 처우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택시 운전자와 회사가 가져가는 사납금 등 수익구조를 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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