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시 정부가 투기세력 잡기에 골몰했다가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주택공급 방안에 집중하는 것 같다."
최근 금융당국이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부동산 공급 활성화대책'을 내놓는 배경을 이같이 짐작했다. 주택공급난 우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가 발표되면서다.
이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29.9% 줄었다. 주택 착공은 올해 1~7월 누적 10만2299가구로 전년동기보다 54.1%나 급감했다.
이전 정권에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로 집값이 급등한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분위기다. 저금리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보다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 주택매수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중개 현장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집값이 더 뛸 테니 집을 사려면 추석 전에 사야 한다'며 재촉한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는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국토부는 추석 연휴 이전인 이달 20~25일 '부동산 공급 활성화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크게 금융 지원대책과 비금융 규제완화로 나눠 마련될 예정이다. 이 중 금융 지원대책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금융업권의 고금리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해 멈추는 사업장이 잇따른다며 토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까다로운 자금지원 요건으로 수혜대상이 제한적이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금리·수수료 요구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조건에 대한 행정지도 △정비사업자금 보증 시 시공사 연대보증 폐지 등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금융지원은 선별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오피스텔 등 현재 필요한 주택공급과 큰 관련이 없거나 지방 등 수요가 크지 않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현장에도 자금지원 요건을 완화한다면 부실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묘수가 필요한 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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