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나노·소재 연구성과 공개
100개 미래소재 R&D 시대 반영해 진행
[파이낸셜뉴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2000년대 중반 포스코의 기업PR처럼 우리나라가 눈에 띄지 않는 나노와 소재의 기술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이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나노 및 소재 연구성과 전시회'에서 올 상반기 발표한 미래소재 확보전략과 국가나노기술지도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김현옥 융합기술과 과장은 이 자리에서 "12대 전략기술별로 100개의 미래소재를 찾아냈지만 현 R&D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빼거나 추가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R&D
소부장 공급망 같은 글로벌 난제는 기술특권과 엮여 있어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까지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소재강국인 일본도 재료와 관련된 R&D 전략을 별도로 수립해 대응해 오고 있다. 특히 소재는 실제 양산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을 최소 10년 이상 먼저 진행해야 한다.
김현옥 과장은 "현재 지원하고 있는 국가 R&D 과제는 현존하고 있지 않은 소재지만 미래 국가 기술 수준을 내다보고 목표로 잡은 것"이라며 "미래에 필요한 소재를 우리가 먼저 확보하고자 준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수요 기반으로 미래 소재를 발굴하고 성과 집중형 소재 R&D를 추진할 것"이라며 "결과로 도출된 것들은 앞으로 디지털화·데이터화해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포항공과대 김철홍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암 테라노틱스 연구단이 개발한 광음향 현미경 시스템은 조형제 없이도 몸 속 미세한 모세혈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R&D가 경제로 확장
포항공과대 김철홍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암 테라노틱스 연구단은 지난 2021년 중순부터 '적혈구를 통해 미세혈관을 스캔할 수 있는 비표지 초해상도 국지화 광음향 현미경 시스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단은 이전에 개발했던 여러 원천기술을 결합해 사업화로 발전시키고 있다.
김철홍 교수는 이날 자신의 R&D 성과를 공개하며 "이 장비는 조영제 없이도 사람과 동물의 몸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홍 교수는 과거 전남대 민정준 교수와 함께 R&D 과제를 진행한 것을 언급했다. 이후 민 교수는 면역항암 바이러스 기반의 면역항암제를 개발, 김 교수는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영상장비를 개발해 창업의 길에 나섰다. 김 교수의 창업기업은 현재 시리즈A를 투자받아 식약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정부 R&D를 통해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서울대 강승균 교수가 이끌고 있는 뇌질환 맞춤형 주사형 생분해성 소재연구단이 개발한 뇌질환 치료를 위한 주사형 생분해 소자는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 넓은 면적의 뇌를 진단·치료할 수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의료·디스플레이의 미래 소재
서울대 강승균 교수는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강승균 교수가 이끌고 있는 뇌질환 맞춤형 주사형 생분해성 소재연구단은 지난해부터 뇌 진단과 치료시 최소한의 수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성과 소개 부스에는 거미줄처럼 생긴 얇은 실이 뇌를 감싸고 있다. 강승균 교수는 "두개골의 작은 구멍에 주사기로 전자소자를 주입해 뇌파를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특정 부분에 전기자극을 주면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기에 사용되는 생분해성 소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분해된다"며 "재료가 천연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몸에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승준 박사는 신축소자 플랫폼 연구단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가 접거나 둘둘 말아 놓을 수 있는 것까지 개발됐지만 정승준 박사팀은 휘고 늘리는 것까지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에 자문을 받아가면서 이번 R&D를 진행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정승준 박사는 "대부분의 신축 소재들은 양옆으로 늘리면 위아래가 수축되지만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양 옆으로 늘리더라도 위아래 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가변형 디스플레이는 기판과 전극, 배선이 모두 신축성을 가져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배선을 3D프린팅으로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축소자 플랫폼 연구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승준 박사가 가변형 폼팩터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신축 기판을 개발했다. 사진=김만기 기자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