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EEF 연설에서 소련 시절 동구권 민주화 운동 탄압 비난
헝가리 및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실수"
"어떤 국가도 다른 민족의 이익 해치면 안 돼"
우크라 지원하는 미국 가리키며 "소련처럼 실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2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8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의 헝가리 및 체코슬로바키 침공을 비난하며 잘못된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푸틴은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8차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오래전 소련의 정책이 실수였으며 오직 관계 긴장만 초래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국가도 다른 민족의 이익을 직접 해치는 외교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거 소련은 1956년 10월 23일에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헝가리에서 소련군 철수 등을 요구하는 반(反) 소련 봉기가 발생하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헝가리를 침공했다. 소련군은 17일 만에 헝가리의 봉기를 진압했으며 약 3000명에 가까운 헝가리 시민들이 사망했다.
이후 소련은 1968년 8월에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비슷한 봉기가 일어나자 4개 위성국 병력을 동원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약 137명이 사망했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다.
현재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헝가리의 경우 2010년 빅토르 오르반 총리 취임 이후 노골적인 친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자 적극적으로 무기를 보내며 우크라를 지원했다. 다만 슬로바키아에서는 최근 친러 세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달 30일 조기 총선이 열리면 친러 세력의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를 지원하는 미국을 언급하며 소련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소위 파트너라고 불리는 그들의 동맹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친구가 없고 오직 이익만 챙길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명한 영국식 수법의 연장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달 자신이 저술한 역사 서적을 통해 1956년 헝가리 사태가 서방의 사주를 받은 파시스트들의 봉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련군이 1990년 헝가리에서 철수한 것이 실수였다고 밝혔다. 헝가리 외무부를 비롯한 헝가리 정치인들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