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1년차 그리고 퇴직 1년을 남긴 두 교사가 올여름 생을 마감했다. 20대 꽃다운 나이의 여교사는 서울 서초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60대 교사는 산자락에서 생명의 끈을 놓았다.
두 교사 모두 극심한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을 1년 남긴 베테랑 교사는 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들의 체육활동 중에 벌어진 사고로 인해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고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0대 교사는 현직 경찰인 학부모의 자녀 민원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6년간 갑자기 생을 마감한 교사가 무려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안타깝게 숨진 교사들 중 과반이 소위 '금쪽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교사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교권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을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까지 모였다. 공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우회 파업'도 단행했다. 강력대응을 경고했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결국 백기를 들고 징계 대신 개선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서울 양천구, 전북 군산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참혹한 일이 줄줄이 이어졌다. 대전 지역 초등학교 40대 여교사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무려 4년간 시달리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아동학대 사실이 없을지라도 일단 고발된 교사는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범죄인을 다루는 경찰 조사실에서 심문이 시작되면 교사들은 극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무혐의 처리되더라도 스승을 범죄자로 내몬 제자와 학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현행법상으론 교사가 정상적 훈육을 해도 아동학대로 고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서적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17조5호를 악용하는 것이다. '아동 기분상해죄'로 불리는 이 법은 일반 가정에서조차 그동안 악용되면서 문제가 적지 않았다.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은 가정에서 아내가 정상적인 자녀훈육을 한 남편을 골탕 먹이기 위해 고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선의의 피해자들은 지옥 같은 경찰 소환조사 이후 심적 고통으로 몇 년간 시달리게 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도 신고자를 무고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시민들이 응징에 나서고 있다. 대전 교사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업소에 대한 직접 테러까지 가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던 일부 교사와 아버지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참스승보다 호랑이 선생에 대한 기억이 더 뚜렷하다. 요즘 군대 변했다지만, 입대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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