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고품질 벤토나이트' 생산으로 방폐물 처분 분야 6000억 비용 절감 기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품질 벤토나이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부유선별 장치.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쓰이는 소재 '벤토나이트'를 고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그동안 수입해야 했던 이 소재를 국산화 공정을 통해 국내에서 공급한다면 약 6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정 기술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까지 국내 및 일본,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 해외 발명 특허에도 등록됐다. 향후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운영 시, 완충재로 대량의 벤토나이트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향후 추가적인 실증 연구로 방사성폐기물처분 분야 외 다양한 산업에서의 적용 방안도 검토중이다.
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성능검증부 김봉주 박사는 국내산 저품질 벤토나이트를 외국산과 동등한 품질까지 높일 수 있는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벤토나이트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점토의 일종으로, 물을 흡수하면 부피가 크게 팽창하는 특성을 지녀 토목 분야에서 방수재로 많이 사용된다.
불순물을 흡착해 제거하는 능력도 탁월해 정제 및 탈색, 건조제,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다목적 산업재다.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분야에서도 벤토나이트가 핵심 소재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 격리하는 심지층처분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벤토나이트는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처분 용기 주변에 완충재로 사용해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고, 방사성물질의 이동을 저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벤토나이트가 지닌 우수한 방수 능력과 방사성 핵종 흡착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봉주 박사가 벤토나이트 품질 향상을 위해 초음파 및 부유 선별 공정을 시험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벤토나이트의 방수 및 흡착 능력은 주성분 광물인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이 높을수록 우수해진다. 몬모릴로나이트는 천연 점토 자원으로 매우 얇은 층들이 쌓인 층상 구조를 지녀 다른 점토에 비해 층 사이로 물을 더 많이 흡수하고 팽창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산 벤토나이트는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이 외국산에 비해 매우 낮아 산업적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이 높은 고품질의 벤토나이트는 중국, 미국, 인도, 호주, 몽골 등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연구진은 국내산 벤토나이트의 품질 향상을 위해 습식 공정과 물리적 선별 공정으로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먼저 벤토나이트를 물과 섞어 슬러지를 만들고 초음파로 광물질 입자를 분산시켰다. 이후 슬러지에 미세 기포를 투입해 가벼운 입자를 띄우는 부유 선별 방식으로 비교적 가벼운 몬모릴로나이트 입자를 분리해 냈다.
이런 특수 공정으로 벤토나이트 내 몬모릴로나이트의 함량을 60%에서 94%까지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해당 공정을 연속해 고품질 벤토나이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부유 선별 장치를 직접 개발해 실증 준비도 마쳤다.
원자력연구원 주한규 원장은 "이번 공정 개발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기술 선도력을 한층 강화하고, 국제적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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