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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강보험, '특사경' 도입·보험료율 인상이 급선무"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특사경' 도입으로 건보재정 누수에 엄정 대처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올해 1% 가량 올려야
"약가 결정 과정에 건보공단 참여 필요" 입장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특사경' 도입·보험료율 인상이 급선무"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서중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속 가능한 건보재정 유지를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고, 내년도 보험료율 1%가량 인상을 추진한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지난 7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건보공단은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목전에 다가왔고, 이에 따라 의료이용이 크게 늘면서 재정 고갈 위기가 커지고 있다. 국민개보험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건강보험은 국민 건강의 안전판인 만큼 건보재정 고갈 위기 해소는 건보공단의 최우선적 선결과제다.

정 이사장은 "연간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부당 청구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특사경 도입이 절실하다"며 "의료계가 해당 제도의 도입을 우려하고 있지만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할 것이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만나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특사경 도입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현행 제도는 적발과 수사에 평균 11개월이 소요돼 사무장병원이나 약사면허 대여약국 등 부당청구 환수 기관이 미리 자금을 은닉하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8개월 가량 단축돼 3개월이면 환수가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특사경 도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환수가 될지 추산하기 어렵지만, 군대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듯이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부당청구 자체를 막는 효과도 상당히 클 것"이라며 "의료계의 걱정이 큰 것을 고려해, 시·군별 전문위원회평가단을 통해 의료계와 사전 교감하고 논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보험료율을 1% 가량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에 결정됐어야 하는 것이 미뤄졌는데, 현실적으로 1% 인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결이 되면 적자는 뻔한 것이고 현재 적립금은 두 달치에 불과해, 결국 이듬해에는 2%를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중장기 계획을 늘 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충격이 적은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그러나 최소한으로 올리면서 재정 지출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비한 점이 있으면 확실하게 다잡을 수 있도록 대비를 하고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이 1% 오르면 약 7366억원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건보공단은 의료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없도록 꼭 필요한 진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중중·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해 나가겠다"며 "소수의 약자들이 치료제를 통해 충분히 나을 수 있다면 재원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약가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건보공단이 포함되지 않는데, 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들이 다 같이 논의를 하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약가 결정 기간도 단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증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에 정 이사장은 "현재 의료전달체계가 무늬만 남았는데, 경증은 1차 의료기관에서, 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2·3차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급체계와 상대가치 등을 두루두루 살펴 합리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