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희토류 수출 금지, 미얀마 희토류 생산 중단에 중국 기업 피해 여부 주목
-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니켈 수출 제한 혹은 검토
F-35 같은 첨단무기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말레이시아가 희토류 수출을 금지키로 하면서 오히려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 중국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희토류 매장량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도 중국을 시발점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요 핵심 광물 보유국들이 줄줄이 자원 무기화에 나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14일 말레이시아 동방일보와 중국 매체 관찰자망 등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1일 무제한 채굴과 수출로 인한 주요 광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안와르 총리는 같은 날 국회 하원에 제출한 ‘2023~2025년 정부 경제계획’ 보고서에서 “국가가 최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채광, 가공, 수출의 통합 산업 생산 모델을 종합적으로 계획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희토류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95억링깃(약 2조7000억원) 규모로 기여하고, 7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안와르 총리는 이 금지안이 언제 시행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말레이시아 콴탄에 10억호주달러(약 8534억원)를 들여 세계 최대 희토류 정제 공장을 건설한 호주 희토류 대기업 라이너스의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t으로 추정된다. 여기다 희토류 탐사, 채굴, 가공,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희토류 매장량이 3만t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 남부 지역의 희토류 업체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정제되지 않거나 혼합된 희토류 화합물을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한 뒤 가공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젝트 블루의 데이비드 메리먼 애널리스트는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희토류 수입 금지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세부 정보가 부족해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중국 기업들의 경우 잠재적 투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최대 희토류 채굴지역인 카친주의 현지 광산이 지난 4일부터 당국의 조사를 위해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미얀마에서 주로 생산하는 중희토류 주문이 증가하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미얀마 정부는 생산 중단 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 광산 업계는 한 달 동안 공장을 폐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많이 매장되고 용도가 제한적인 경희토류와 달리 산업·의료·군수용 장치, 전기차 배터리, 영구자석 등 첨단 기술 장비에 주로 활용된다.
매장 지역도 한정돼 있다. 미얀마는 중국을 제외하고 디스프로슘 산화물과 같은 중희토류를 채굴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중국 경제 참고망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 “미얀마의 희토류 광산 대부분은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직원도 대부분 중국인”이라며 “중국이 미얀마까지 공급망을 확장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미얀마 정부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중국 기업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중국의 희토류 수입량은 1만27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 또 8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54.4% 증가한 11만8400t으로 기록됐다. 이 가운데 미얀마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67%에 달했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핵심 광물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며 자원 무기화에 참전하고 있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의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인 니켈 원광 수출 금지를 시행한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을 풍부하게 가진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섰다.
아울러 구리와 주석 수출도 제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니켈 생산국인 필리핀은 지난 1월 하위 업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니켈 광산 수출에 대한 과세를 고려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은 “말레이시아의 수출 제한 방침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미국 등 서방국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면서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매장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수출 제한 등으로 이어져 세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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