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현 신한 런던지점 본부장 인터뷰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위협 받는 영국, 녹색금융서 파트너십 절실
한국이 강력한 파트너로 부상
신한 런던지점, 한국계 은행 최초로 ESG 데스크 설치
GGC 업무협약 체결, 아큐만 뎁 펀드 출자 등 가시적 성과 이뤄
우상현 신한은행 런던지점 본부장. 신한은행 런던지점 제공
신한은행 런던법인 전경. 신한은행 런던법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런던(영국)=서혜진 기자】"영국이라는 선진시장의 이너서클(inner circle·핵심 집단)에 들어가는 지름길은 탄소배출권이다. 이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에서 한국은 영국의 굉장히 좋은 파트너다"
영국 런던 금융특구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소재 신한은행 런던지점에서 만난 우상현 본부장(사진)은 17일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파트너십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 특히 ESG 부문에서는 한국에 구애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 런던에서 IB 금융 확장하는 신한
지난 1989년 런던 사무소로 출발한 신한은행 런던 지점(1991년 지점 승격)은 한국 직원 11명 현지직원, 26명 등 총 37명으로 구성됐다. 일발 소매금융보다는 △투자금융(IB) △한국계 기업금융(CB) △금융기관 Biz(FI) △유가증권운용(GMS Desk) △지속가능금융(ESG 금융) 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비중이 높은 부문은 단연 IB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한 런던지점의 IB 자산은 7억7300만달러로 전년(5억200만달러)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자산 규모 자체는 지점 전체 기업대출(13억4000만달러)의 53%에 달한다. IB 자산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157억원에서 208억원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신한 런던지점은 지난 2019년 IB 기능 강화 및 영업 확대를 위해 IB 데스크를 설치했으며 2021년 IB팀으로 격상했다.
■"ESG금융, 英 이너서클 진입 지름길" 기회 선점하는 신한금융
영국 등 선진시장 진입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영업 부문은 ESG 금융이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 중심지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영국에게 강력한 파트너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은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에게, 채권시장에서는 벨기에 등에게 주도권을 뺏길 처지다.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당초 영국과 미국 동시 상장을 고려했다가 결국 미국 단독 상장을 결정했다. 아일랜드 건축 자재 업체인 CRH는 런던 증시에서 뉴욕증시로 이전 상장을 결정했고 영국 스포츠 베팅 업체인 플러터 역시 지난달 뉴욕 증시 추가 상장을 예고했다. 세계적인 정유업체 셸도 뉴욕 이전 상장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린본드(green bond·녹색채권) 메카 지위를 두고 벨기에 브뤼셀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상현 본부장은 "영국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된 그린본드 시장에서도 밀리자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통해 해당 시장을 주도해 나갈 때 일본을 제외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파트너는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지난해 한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ESG 글로벌 데스크를 설치했다.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그린개런티컴퍼니(GGC)'와 글로벌 ESG 실행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밸류밸런싱얼라이언스 참여,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 참여)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리서치(주간·월간·분기·연간 글로벌탄소배출권 보고서 작성) △ESG 특화 펀드 발굴·협업 등 업무를 추진중이다.
■ESG 영업 가시화..탄소배출권 특화 펀드 준비도
최근 눈에 띄는 성과는 '아큐만 뎁 펀드(Acumen Debt Fund) 출자'다. 사하라 인근 전력 보급률이 낮은 아프리카 16개국에서 독립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하는 임팩트 펀드로 총 2억달러 규모로 조성된다. 펀드 운용은 영국 현지에 아큐만 펀드 100%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진행된다.
특히 이 펀드는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공공이 개발보증을 제공하거나 손실을 먼저 떠안는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체 2억달러 가운데 선순위(6000만달러), 중순위(6000만달러), 후순위(6000만달러), 보증(2000만달러)으로 나뉘며 선순위에는 민간은행인 신한은행 등이, 중순위는 글로벌 개발은행 등이, 후순위는 녹색기후기금(GCF) 등이, 보증은 자선재단·자산가 등이 출자한다.
우 본부장은 "임팩트 펀드는 일정 목표를 넘어서면 수익률이 오히려 깎인다"며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렌디드파이낸스를 통해 일정 이상의 목적을 달성할 정도로 임팩트를 내면 금리를 감면해주거나 수익률 하락을 막아주고 배당률 상승과 원금 보장을 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 본부장은 "이번 펀드 출자는 아큐만과의 파트너십을 위한 플랫폼이자 ESG IB 글로벌 파트너십의 첫 번째 사례"라며 "2022년 말 설정한 글로벌선진시장에서 신한의 전략적 방향성 및 ESG 전략 방향과도 정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이번 펀드 출자를 발판으로 탄소배출권 특화 펀드를 준비할 계획이다. 우 본부장은 "현재가 최적기는 아니지만 머지 않은 시점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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