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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자 충당금 더 쌓아야 하는 저축銀… 취약차주 옥석가리기 시작 [문턱 높아지는 대출]

다중채무자 비중 77%인 저축銀
내년 최대 50%p 추가 적립해야
리스크 관리 위해 대출문턱 높여

다중채무자 충당금 더 쌓아야 하는 저축銀… 취약차주 옥석가리기 시작 [문턱 높아지는 대출]
내년부터 저축은행이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손충당금을 최대 50% 적립해야 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이 최근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며 적극적으로 저신용자 취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충당금 추가 적립이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채무자 대출 충당금 강화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내년 7월부터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저축은행이 5~6개의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에 대해서 충당금 요적립률의 130%, 7개 이상의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에 대해서는 충당금 요적립률의 150%를 적립하도록 했다.

이는 상호금융, 카드 등 타 업권과 달리 다중채무자 충당금 추가 적립규정이 없었던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최근 급등하자 금융위가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30% 이상의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 13일 구체적인 적용 시기를 확정했다.

최근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년 만에 5%를 넘겼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33%로 지난 1·4분기 말(5.06%) 대비 0.27%p 상승했다. 최근 증가폭은 둔화했으나 전년 동월(2.6%)보다는 연체율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취약차주 대출문턱 상승 전망

문제는 타 업권에 비해 다중채무자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은 내년부터 추가로 충당금을 쌓게 되면 대손비용이 취약차주의 대출금리에 반영돼 취약차주의 대출 취급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77.4%로 은행(27.3%)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다중채무자가 고객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출을 급격하게 축소하긴 어렵겠지만 수익성 관리를 위해서라도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 대출금리가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충당금 부담이 커질수록 상환능력이 부족한 다중채무자부터 취급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에서 5개 이상의 금융회사의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비중은 평균 20%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저축은행은 조달비용 부담에 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인 상태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저축은행 79곳 중 3억원 이상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기관은 31곳으로 전년동월(33곳) 대비 2곳 줄었다. 특히 지난달 신용평점이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집행한 저축은행은 19곳에 불과해 1년 전(24곳)보다 5곳 감소했다.


실적도 부진해 향후 충당금 적립에 적극 나서기도 버거운 상태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조차 올해 2·4분기 순이익 합계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907억원보다 94.7%(1805억원) 감소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저축은행이 영업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충당금을 더 쌓기 위해서는 다중채무자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 결국 많은 금융회사에 돈을 빌린 순서대로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같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