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도 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한 ‘스트라티오’ 이제형 대표
가격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 200만원대 적외선 이미지센서 개발
타사보다 작고 품질은 더 뛰어나... 음식물 신선도까지 파악할 수 있어
전세계 차에 ‘비욘센스’ 탑재 목표... 2027년엔 코스닥 상장 도전할 것
"50만원대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 3년내 출시할 것"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 스트라티오 본사에 마련된 반도체 연구실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효율적으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24시간 내내 토론할 수 있는 곳이 실리콘밸리입니다. 40살이 넘은 엔지니어들도 그런 순수한 토론을 하고 그것을 즐깁니다"
스트라티오 이제형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가 말하는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석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와 인연을 맺은 이 대표는 스탠퍼드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까지 받고 지난 2013년 스트라티오를 창업했다. 그가 창업한 스트라티오는 고감도 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 학문과 연구개발 토론 활성화된 곳이 실리콘밸리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것이 토론이다"라고 소개했다. 토론 내용은 정치 얘기나 신변잡기가 아니다. 그는 "학문과 R&D(연구개발) 토론이 주를 이룬다"라면서 "돈 얘기도 간혹 섞여있지만 90% 이상이 학문과 R&D 토론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흔히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를 너드(Nerd·한분야에 몰두하는 괴짜)로 생각하지만 이곳에서 만나 본 엔지니어들은 협력도 잘하고 네트워킹도 잘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생각외로 사교적 성향도 훌륭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흔히 얘기하는 '꽃길'을 걸을 수 있었던 이 대표가 창업이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환경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에 취업한 상태였는데 박사 과정 졸업자를 위한 단축 MBA 과정에서 수업을 듣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한 선배들에게 매료돼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았으니까 반도체를 연구하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었다"면서 "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라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창업 때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개발하고 적외선 카메라에 장착해 우리의 삶에 유용한 적외선 카메라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이었다. 그는 "당시에 여러 가지로 유용한 적외선 카메라 대중화를 앞당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전했다.
■창업 때 결심한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 성공
창업 후 3년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하는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그는 창업 후 8년을 투자해 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에 매달렸고 올해 초 마침내 결과물을 얻었다. 창업 아이디어였던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 '비욘센스(BeyonSense)'가 탄생한 것이다.
비욘센스는 게르마늄(Germanium)을 이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인듐갈륨비소(InGaAs)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구하기 쉬운 게르마늄을 이용해 기존의 인듐갈륨비소보다 불량률을 크게 줄이고 가격을 낮춘 것이다. 현재 다른 기업의 적외선 이미지 센서 판매가격은 1만5000달러(약 1997만 원)지만 스트라티오의 비욘센스 가격은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인 1500달러(약 2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오는 2025년 말까지 판매가를 375달러(약 5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비욘센스는 타사의 제품보다 크기가 압도적으로 작고 품질도 더 뛰어나다. 스탠퍼드와 협업으로 기술도 뒷받침됐다. 때문에 최근 스트라티오 실리콘밸리 본사에는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과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적외선 이미지 센서는 음식물의 신선도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다"라면서 "최근 국내를 대표는 전자기업과 손잡고 세탁기 개발을 함께 할 정도로 우리의 기술이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세계 최고의 전기차는 물론, 전 세계의 모든 차에 넣는 것이 목표다"라면서 "모든 드론과 모든 미사일 체계에도 비욘센스를 넣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드러냈다. 비욘센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못할 얘기다.
■펀딩은 받기 어려워…좌절하지 말아야
그는 "요즘 하루에 연구하는 시간을 포함해 16시간 정도 일한다"면서 "일하고 연구하는 게 힘들지만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창업할 당시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느낌이기 때문이다. 스트라티오는 올해 말까지 약 1500만 달러(약 200억 원) 투자를 유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계획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비욘센스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오는 2027년까지 코스닥 상장 계획도 갖고 있다.
창업 당시의 저비용 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과 상용화 목표에 가까워진 이 대표이지만 그도 최초 펀딩을 받기까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펀딩을 받는 과정을 영혼의 단짝을 찾는 것에 비유했다. 영혼의 단짝을 찾는 것이 힘든 것처럼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 이 대표 역시 수많은 VC들의 거절에 좌절하지 않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알케미스트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엔지니어가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단 기술과 아이디어는 스타트업 창업과 성공을 위한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 스트라티오 본사에서 스트라티오의 적외선 이미지 센서 '비욘 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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