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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적 악화 치명타… "법인세 감세 본격화 내년 더 걱정" [올 세수 59조 '펑크']

역대급 세수결손, 왜?
수출부진 등 기업 영업익 대폭 감소
금리인상 따른 부동산 침체도 영향

기업실적 악화 치명타… "법인세 감세 본격화 내년 더 걱정" [올 세수 59조 '펑크']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인대 경제정책국장, 김동일 예산실장, 정정훈 세제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 연합뉴스
기업실적 악화 치명타… "법인세 감세 본격화 내년 더 걱정" [올 세수 59조 '펑크']
정부가 18일 내놓은 2023년 세수재추계의 오차율(결손 기준)은 역대 최대 규모다. 세수결손액은 60조원에 육박한다.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글로벌 경기둔화, 반도체 업황 침체 등에 따른 수출부진 지속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며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 세수재추계에 따르면 올 예산안에서 잡은 법인세수는 105조원이었다. 하지만 재추계 결과 세수는 79조6000억원에 그쳤다. 예산 대비 감소율은 24.2%다. 국세 전체 감소율 대비 10%p 높다.

법인세 감소는 2022년 기업실적 하락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사 영업이익(개별 기준)은 2021년 11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1조7000억원으로 31.8% 줄었다. 법인세는 통상 지난해 실적에 따라 납부액이 정해진다.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쇼크'가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소득세 또한 세수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소득세는 예산(131조9000억원) 대비 13.4%(17조7000억원) 감소한 114조2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가파른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세가 15조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올 7월까지 순수토지매매거래량은 31.2%, 주택매매거래량은 7.7% 각각 감소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정도로 경기흐름이 악화되면서 부가가치세도 예산 대비 11.2% 감소한 73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대규모 세수결손에 정부는 기금 등을 동원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내놨지만 경기흐름과 재정수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오차는 정부의 경제운용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계와 마찬가지로 들어올 돈(세수)에 근거해 쓸 돈(재정지출)을 정해야 하는데, 부족액이 커지면 정부와 지자체 사업도 영향을 받는다.

국세가 줄면 세수와 연동돼 있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감소한다. 지방교부세가 11조6000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 예산 대비 부족분을 보전해준다는 방침을 제시했지만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고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열악한 수도권 외 지자체들은 재정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세수급감에 따라 재정수지 추가 악화도 불가피하다. 올 7월 말 현재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67조9000억원이지만 적자규모가 100조원을 넘길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국채상환계획, 국채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치를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향후 세수전망도 밝지 않다. 정정훈 실장은 "내년 법인세는 올해 세수추계치보다 더 적을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수는 77조6000억원이다. 이날 내놓은 올 법인세수 재추계치인 79조6000억원보다 적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으로 전체 수출이 11개월 넘게 감소하고 있고, 부동산 및 자산시장 역시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 국세의 경우 올 세수재추계치인 341조4000억원보다는 많은 367조3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2년 총국세 실적인 395조9000억원보다 27조원가량 적다. 2022년 대비 2024년 법인세는 26조원가량 덜 걷히고, 소득세는 3조원가량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더구나 내년에는 법인세 감세 영향이 본격화된다. 정 실장은 "법인세 자체로만 보면 세수 감소요인이지만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말했다.


기금과 불용예산을 활용한 재정대응 방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권장할 만한 방안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는 최선의 방식"이라며 "국채 발행을 시작하면 심각한 수준의 국가부채를 증폭시키고, 시장금리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가 끌어오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상당액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어서 결국 세수결손을 빚으로 메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논평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