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이 휴일인 16일부터 비상 의원총회를 열며 당력을 쏟아 처절한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검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한 것이다.
언뜻 보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타이밍을 늦추려는 민주당의 시도가 무력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일찌감치 상정하고 있던 경우의 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말일까.
민주당은 올 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거세지는 비판 여론에 곤혹을 겪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해 간신히 가라앉혔지만, 예정된 두 번째 체포동의안에 맞설 방법을 찾기 어려워졌다. 이때부터 민주당은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그에 따른 검찰의 의중을 가정해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우선 이 대표 구속영장은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의 시각이다. 검찰이 정부·여당에 유리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대전제다.
지난 2월 17일 첫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9월 18일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검찰은 7개월 동안이나 구속영장 청구를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친명(親 이재명)과 비명 갈등이 깊어지며 체포동의안 가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고, 민주당이 한 마음으로 부결시키는 '방탄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당의 추측이다. 그 사이 최적의 경우의 수를 찾는 시간을 벌었다는 게 민주당 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그 후 시작된 게 이 대표의 단식농성이다. 그간 전해 들은 민주당의 분석을 토대로 기자가 추측을 하자면 의도는 이렇다. 건강 악화로 구속 이유가 되는 도주의 우려를 줄이는 한편, 당 결집을 유도해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검찰에 심어주는 것이다.
먼저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당내 우려 중 하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자당 의원들도 체포동의를 했다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단식으로 거동이 불편할 만큼 건강이 악화되면 영장 발부 주요 사유인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자체가 현저히 작아진다. 그럼에도 검찰이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확신에 영장을 청구토록 만들면, 이 대표의 공개 지시를 명분으로 가결한다.
민주당의 예상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내려앉고 '야당 탄압' 공세의 명분은 단단해진다.
글쎄, 민주당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이 '정치행위'를 한다는 대전제를 두는 건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을 상대가 무얼 낼 것이라 정해 놓고 하는 것과 같아서다.
김윤호 기자 ukno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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