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1일 체포안 표결 앞두고 고심
가·부결 두고 갈등 고조…'분열' 가능성
일각선 "지도부, 당론으로 결정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3.09.18. kmn@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단식 중인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서 당분간 '단일대오를 유지하자'는 친명계 주도의 '부결찬성측'과 또 다시 방탄국회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어선 안된다는 비명계 등의 '가결찬성측'간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가 분산될 경우를 염려, 당 지도부가 당론을 결정하는 '교통정리'를 해주길 바라지만 지도부도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의원 모임들은 각자 의견을 모아 지도부에 제출했거나 제출할 계획 중에 있다. 당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 만큼 각자 모임 성향에 따라 자체적으로 체포동의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취지다.
의견 모으는 의원들 "당론 정해달라"…지도부 결단 촉구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오는 20일 오전 조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본래 한 해 동안의 모임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였으나 상황을 고려해 현안 회의로 변경됐다.
더미래 소속 한 의원은 "그동안 농성을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일부 더미래 의원들 중에서는 우리가 입장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계속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은 이날 오전 지도부에 각각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 가·부결을 떠나 한 가지 의견을 당론으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6월 체포 동의안 표결과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표가 나뉠 경우 당의 분열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민평련 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결 의견이 높긴 했지만 일부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래서 입장을 하나로 정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당론으로 결정해 줬으면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당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기에 각 모임에서 입장문을 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더미래 관계자는 "밖에다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심각한 상황이라 성명이나 입장을 내진 않을 것 같다. 그것을 전제로 모임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 관계자도 "따로 준비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비공개 의원총회 연 민주당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3.9.18 hama@yna.co.kr (끝)
고심 깊은 지도부, 체포 동의안 둘러싼 셈법은
원내 지도부는 체포안 표결에 있어서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가결될 경우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부결할 경우 '방탄' 프레임을 벗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고 평했다.
따라서 원내 지도부는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되 당론이 아닌 총의를 모으는 방향으로 체포안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개별 의원은 물론이고 의원 단위별 의견을 듣거나 본회의 전까지 의원총회를 추가로 개최할 계획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원들의 의견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본다"며 "어떤 결과가 당을 위해 바람직하냐는 개별 의원들의 판단을 통해 당의 총의가 모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원내지도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