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에 학교 지어주는 드림스드림
10년 동안 전 세계에 116개 학교 '선물'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사건·사고 소식들. 때로는 분노와 슬픔에 얼굴이 찌푸려지는데요,
[선인장]은
'선'한 '인'물을 소개하는 '장'입니다. 각박한 세상에 작은 빛이 되는 우리 이웃들을 만나보세요. 여러분들의 따뜻한 제보도 기다립니다.
드림스드림 임채종 이사장(왼쪽)과 신랑 김민호씨, 신부 강주영씨
[파이낸셜뉴스] “저희 부부의 결혼식이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신부 강주영씨(33)가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강씨와 신랑 김민호씨(40)는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식을 미얀마 초등학교 건립을 위한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드레스는 중고나라에서 구입하고 신부 대기실을 없애는 등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축의금은 전부 학교 짓기에 사용하기로 하고 결혼식 순서에 학교 건립 과정 등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기자가 ‘축의금으로 신혼여행도 가고 살림도 꾸려야 되는 거 아니냐’며 우려 섞인 질문을 하자 이들은 “학교를 지어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선물할 수 있다는 기쁨에 다른 건 눈에 안 보인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학교 없어 교육 못받는 네팔 아이들 보고 시작된 '기부 릴레이'
강씨 부부의 오랜 꿈이었던 ‘학교 짓기’는 NGO ‘드림스드림’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
드림스드림은 저개발국가에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하는 NGO다. 단체는 임채종 이사장(48) 한 사람의 결단으로 시작돼 올해로 10년이 됐다. 네팔에 1호 학교를 시작으로 파키스탄과 탄자니아 등에 116개 학교를 완공했으며 340개 학교가 선정돼 176개 학교 모금이 진행 중이다.
드림스드림의 첫 출발은 임 이사장이 우연한 기회에 네팔에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네팔에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전해 들은 임 이사장이 자신의 SNS에 모금 소식을 알렸고 기적이 일어났다. 157일 만에 2700만원이 모여 학교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임 이사장은 이후 세계 곳곳에 학교를 건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며 드림스드림을 시작했다.
드림스드림 92호 탄자니아 아루샤 세렐라 아마니학교 / 드림스드림
한달 생활비 50만원 쪼갠 노부부.. 중고 웨딩드레스 입고 미얀마 학교 짓겠다는 신부
드림스드림은 다른 NGO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운영비 없이 기부금 전액을 학교 짓기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운영진과 참여자들은 전부 재능기부로 동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속도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취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2045년까지를 목표로 했던 ‘전 세계 100개 학교 짓기 후원금 모금’도 2021년에 완성됐다. 무려 24년 앞당겨진 것이다. 지금은 2050년까지 1만개 학교 건립을 목표로 재설정하고 다시 달려가고 있다.
재정 운용의 투명함 덕분인지 특별한 홍보 없이도 후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용돈을 모아 기부하는 어린아이부터 최소생활비로 정기 후원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한 달 생활비 50만원으로 생활하던 한 노부부는 지인들과 함께 6000만원을 마련해 3년 동안 마다가스카라와 탄자니아에 3개 학교를 지었다. 가족이 다 같이 후원한 사례도 있다. 부부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자녀들과 다 함께 돈을 모아 4000만원을 기부했다.
드림스드림 119호 캄보디아 쩐럭 솔로몬학교 / 드림스드림
태어나 처음으로 꿈을 꾸는 아이들
후원자들의 마음이 모여 지어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콜롬비아 리오아차에 학교가 지어지자 인근 빈민촌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뭇가지로 지은 집에서 생활하는 하비에르(9)는 다리 장애가 있어 걷는 것조차 불편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매일 아침 절뚝거리며 학교를 찾아온다. 하비에르 가족은 결국 아이를 위해 학교 옆으로 이사하는 결정을 했다.
차드 은자메나 북서쪽 작은 마을에도 드림스드림을 통해 첫 학교가 세워졌다. 마을의 염소와 양을 돌보는 것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아이들은 처음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중 하산(16)은 학교에 다니면서 컨테이너를 통관하는 통관사가 되고 싶어졌다. 그는 이제 양을 치러 가는 대신 매일 공책과 연필을 들고 등교한다. 하교 후에는 어린 동생들 공부도 직접 가르치고 있다.
차드 학교 담당자인 한인 박근선 선교사는 “학생이 되는 것은 누구나 가져야 할 기회지만 현지 아이들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드림스드림을 통해 학교가 지어져서 아이들이 그 별을 따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다”라고 전했다.
임 이사장 “미래의 희망 만드는 일에 여전히 목마르다”
드림스드림 임채종 이사장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다. 그는 회사와 드림스드림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몸이 10개였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늘 ‘의미 있는 일’에 목마르다.
2021년부터는 초중고에 더해 ‘스마트스쿨’도 짓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뷰티와 웹툰 등 다양한 직업군의 교육을 진행하는 직업학교를 짓는 것이다.
이미 10여개가 완공돼 운영되고 있다.
임 이사장은 “드림스드림을 운영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라며 “학교 하나를 지을 때마다 미래의 희망이 하나씩 지어지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 일이 넘치게 기쁠 것 같다"라고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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