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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李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 대국민 약속 지켜야

21일 체포동의안 표대결
말바꾸기 식언정치 전형

[fn사설] 李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 대국민 약속 지켜야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식으로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으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영장은 기각된다.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는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현재 재적의원은 297명이고 가결 정족수는 149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면서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부결 메시지를 당에 전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가결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인 167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셈법이 그리 간단치 않다. 가결과 부결을 놓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부결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비명계(비이재명)는 부결 시 또다시 '방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하영제(무소속)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으나, 이재명·노웅래(이상 민주당)·윤관석·이성만(이상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여러 혐의를 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라 계산했을 때 최소 징역 11년에서 최대 36년6개월 이하의 징역 혹은 무기징역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총리 해임건의안 역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요건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및 잼버리 논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논란 등의 책임을 물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이 대표 방탄 및 내각 망신주기 용도로 판단,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지거나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결될 경우에도 강제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리가 볼 때 이 대표의 말 바꾸기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고질적인 식언정치의 산물이다. 이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도 7월 의원 전원 명의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그러나 공언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면 구속돼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고, 민주당의 내년 총선 패배가 자명하다고 본 것이다. 비록 욕을 먹더라도 눈앞의 사법 리스크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듯하다. 국민은 이를 기억하고, 반드시 표로 심판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