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증시가 2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 충격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파월 의장이 이날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도중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AFP연합
뉴욕증시가 눈치 보기 끝에 20일(이하 현지시간)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내면서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FOMC 성명과 점도표 발표 뒤에도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종료 30분 뒤 기자회견에서 매파 발언을 이어가면서 매도세로 확실하게 방향을 틀었다.
나스닥, 1.5% 급락
이날 동부시각 오후 2시 FOMC 회의 종료 전까지 간을 보던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회의 직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락세를 탔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FOMC 성명과 점도표 발표 직후 상승 반전에 성공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나스닥지수는 낙폭을 대거 좁혔다.
그러나 성명 발표 30분 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시장은 약세로 돌아섰고, 결국 3대 지수가 모두 내렸다.
CNBC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전일비 76.85p(0.22%) 내린 3만4440.88, S&P500은 41.75p(0.94%) 하락한 4402.2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209.06p(1.53%) 급락한 1만3469.13으로 미끄러졌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7% 넘게 뛰며 시장 불안을 방증했다. VIX는 전일비 1.03달러(7.30%) 급등한 15.14달러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그러나 필수소비재(0.15%), 보건(0.02%), 부동산(0.13%), 유틸리티(0.1%) 등 4개 업종이 올랐다.
하락세를 기록한 나머지 7개 업종 가운데 기술주 양대 업종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기술업종이 1.77%, 통신서비스업종이 1.89% 급락했다.
매파로 돌아선 파월
뉴욕증시를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 세운 것은 파월 연준 의장이었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최대 정책목표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목표를 재확인했고, 목표 달성을 향한 길이 멀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의 싹을 확실히 잘라버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느슨하게 대응했다가 인플레이션이 계속 재발하면서 긴축과 완화를 반복해 경제를 초토화시켰던 1970년대 연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파월은 특히 올해 미 경제 연착륙이 기본 시나리오냐는 질문에 곧바로 '노'라고 답해 시장을 더 냉각시켰다.
소비 위축 속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내년에 예상되는 금리인하는 6월 전망했던 4차례에 비해 반토막난 2회에 그칠 것임을 예고했다.
빅7 급락
대형기술주 7개를 지칭하는 이른바 빅7은 일제히 급락했다.
FOMC 직후만 해도 보합세를 보이거나 낙폭이 크지 않았고, 테슬라 등 상승세를 보인 종목도 있었지만 파월 기자회견 뒤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애플은 3.58달러(2.00%) 하락한 175.49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는 7.88달러(2.40%) 급락한 320.77달러로 마감했다.
알파벳은 4.30달러(3.12%) 급락한 133.74달러로 미끄러져 빅7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연말 쇼핑 대목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마존도 2.34달러(1.70%) 하락한 135.29달러로 밀렸다.
엔비디아는 3% 가까이 급락했다. 12.81달러(2.94%) 급락한 422.39달러로 추락했다.
메타플랫폼스는 5.40달러(1.77%) 하락한 299.67달러, 테슬라는 3.91달러(1.47%) 내린 262.59달러로 마감했다.
IPO주에 그림자
최근 기업공개(IPO) 뒤 거래를 시작한 종목들은 이날도 부진했다.
14일 첫 거래에서 25% 폭등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15일부터 이날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나흘 연속 매일 4% 넘는 급락세 기록을 이어갔다.
이날은 2.26달러(4.10%) 급락한 52.91달러로 미끄러졌다. 공모가 51달러에 접근하고 있다.
전날 공모가 대비 40% 폭등한 42달러로 출발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12% 뛴 33.70달러로 첫 거래를 마쳤던 인스타카트는 이날 11% 폭락했다. 3.60달러(10.68%) 폭락한 30.10달러로 주저앉으며 공모가 30달러에 바싹 다가섰다.
이날 오후 첫 거래를 시작한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도 인기 몰이에 성공은 했지만 역시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전날 저녁 설정한 공모가 30달러에 비해 23% 폭등한 36.75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한 클라비요는 장중 39.4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상승폭이 대거 좁혀졌다.
마감 시한이 거의 다 돼 30.26달러까지 밀리기도 한 끝에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며 결국 공모가보다 2.76달러(9.20%) 폭등한 32.76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 1% 하락
한편 국제유가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예고 여파로 1% 하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일비 0.86% 내린 배럴당 93.53달러,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1% 하락한 90.28달러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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