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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년 동안 헛바퀴 돌린 기업 리쇼어링

유턴 후 실제 공장가동 54곳뿐
파격 혜택, 규제 개혁 이어져야

[fn사설] 10년 동안 헛바퀴 돌린 기업 리쇼어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10년 동안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와 공장을 가동 중인 유턴기업이 1년에 5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복귀를 선언한 유턴기업은 총 160곳이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돌아와 폐업을 했거나 유턴을 중간에 포기한 기업을 빼면 137곳, 다시 이들 중에서 실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만 가려보면 54곳에 그쳤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지원법까지 만들어 기업 리쇼어링을 독려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에 당국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의 파격적인 유턴기업 혜택을 우리나라가 적극 쫓아가지 못한 탓이 크다. 자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자국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은 필사적인 정책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칩스법,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도 중국 견제용 성격이 강한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 노리는 것은 기업 유치다. 우리의 경우 파격적 지원이라 할 만한 정책이 없다. 현장에선 유턴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지원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불만도 많다. 그러니 10년 동안 고작 54곳이 유턴할 때 국내 기업이 해외에 세운 법인 숫자는 2만9000곳에 이른다.

실질적 복귀유인책을 더 공격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리쇼어링 확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속한다. 정부는 기존 제조업 중심을 벗어나 첨단산업 위주로 리쇼어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다. 이를 살리기 위해선 첨단산업 투자액의 50%까지 한도 없이 지원하는 외국인 투자정책 수준으로 리쇼어링 지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투자 규모가 조(兆) 단위에 달하는 반도체·배터리 회사들이 해외 공장을 철수하고 국내로 오게 하려면 그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리쇼어링 성과를 위해선 기업환경 전반의 체질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의 고삐를 제대로 죄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경제 5단체가 지난 20일 개최한 '기업 제도개선 세미나'에선 규제를 해외 선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과거 외환위기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면서 각종 기업규제가 도입됐지만 이제 규제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됐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계가 제안한 '원인, 투아웃(새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기존 규제 두 건을 폐지)' 제도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규제개혁은 정부마다 최우선으로 꼽힌 과제이지만 성과는 매번 미미했다. 시한이 지나면 폐지하기로 한 일몰규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있다. 지난해 말 운영된 일몰규제 1830건 중 제도 취지대로 현재 폐지된 규제는 단 8건밖에 없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리쇼어링은 매번 쳇바퀴 도는 수준일 것이다. 저성장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최선책은 기업을 뛰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의 실행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