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박들과 전쟁이다"
"내년 총선 나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
李 체포동의안 가결…'수박 색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친명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속칭 '수박 색출' 작업에 나섰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강성당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경멸하는 말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이제는 수박들과 전쟁이다", "내년 총선 나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 등의 글을 올렸다.
"너무 분하고 처참하다" 친명계 의원들 패닉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관련 이날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본회의 표결 직후 친명계 의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표결 결과에 분노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수석 사무부총장인 김병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들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은 하지 말라"며 "이완용의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준호 의원은 "암담하다. 피눈물이 난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전용기 의원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생각보다 더 큰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원들을 향해 "미안하다. 죄송하다"며 "그럼에도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탈당하지 마시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너무 분하고 처참하다. 온몸이 찢기고 갈리는 마음"이라며 "기어이 윤석열 정권이 쳐놓은 덫에 이 대표를 내던져야 했느냐"라고 썼다. 강득구 의원도 "저는 그래도 동료 의원들을 믿었다"며 "망연자실"이라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분열을 수습할 복안이 있느냐', '앞으로 당을 어떻게 이끌 계획이냐'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자리를 떠났다.
"이재명이 살아나야 민주당이 산다" 개딸들 분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한편 전날(21일) 오후 국회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수박과의 전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국회 앞 도로 6개 차선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왔다. ‘이재명이 살아나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방탄소리 X소리다. 이재명을 지켜내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단상에 놓인 마이크를 집어들고 이른바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수박, 개XX들”같은 욕설도 나왔다.
온라인상에서도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사이트인 ‘재명이네마을’에는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수박이 배신했다” 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들에게 “앞서 밝혔듯이 부결로 투표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박광온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산하 정무직 당직자도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 처리 뒤 심야에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비이재명계로, 지난 4월말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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