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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에도 인플레 여전… 수요 아닌 공급문제 살펴야"[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린다 알랜 美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 교수
각국 과도한 코로나 부양책으로 물가 전례없이 높아져
조기퇴직 등 노동공급 감소… 고물가에 생산·투자 위축
연준, 총수요에 주목하지만 총공급 문제가 부정적 영향 미쳐

"美 금리인상에도 인플레 여전… 수요 아닌 공급문제 살펴야"[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린다 알랜은 현재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스크 관리, 신용위험, 금융시장과 은행 규제의 진화 및 금융기관 조직 전문가로 저명한 학술지에 여러 영향력 있는 논문을 출판했다. 여러 금융저널의 부편집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Journal of Credit Risk'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뉴욕대에서 재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美 금리인상에도 인플레 여전… 수요 아닌 공급문제 살펴야"[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원준성 박사과정은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석사를 취득한 후 현재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학의 재무 전공 박사과정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노력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높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린다 알랜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 교수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크 관리, 신용위험 분야 전문가인 알랜 교수는 이어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이에 취약하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세계적인 기준에 맞게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투자와 별개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보다는 투기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 금리가 5.25~5.50%에 달한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런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일반적인 영향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례없는 금리인상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기간 세계 각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방지하고자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자금을 올바르게 주입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이 성공적임을 넘어서 너무 성공적이었다. 정부들은 부양책들을 경기가 안정된 시점(이르면 2020년 5월)에 멈추기보다는 2022년까지 계속해 나갔다. 그 결과 물가 수준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연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례 없는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과의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가 다소 하락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준은 높다. 즉 연준의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의 허용 가능한 수준(약 2.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고, 그 배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코로나19 제한이 해제된 후에도 노동력 참여도가 상승하지 않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각국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조기퇴직하거나 직장을 완전히 떠났다. 노동공급 감소는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병목현상을 초래했다. 더구나 금리인상은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켜 공급난을 가중시켰다. 즉 연준은 총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총공급 문제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환경 변화가 개발도상국들에 미치는 영향은.

▲개발도상국들은 위에서 설명한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 공급부족은 생산공정에 필요한 수입을 방해한다. 또한 선진국의 생산둔화는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손상시킨다. 물론 이러한 선진국발 공급부족을 전 세계적으로 채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개발도상국들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금리환경이 은행 및 금융기관에 시사하는 점은.

▲은행 및 금융기관들은 수년 동안 저금리 '중력열차'를 타왔다. 즉 은행들은 자금조달비용이 '0'에 가까운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제는 환경이 역전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높은 금리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은행들은 부도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모기지대출과 기업 투자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위축됨에 따라 은행들은 이윤창출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2.0%p 더 높은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사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미국 연방기금(FF) 금리 이상으로 유지하려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미국달러 보유자산에 투자해 더 높은 이자율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특히 미국달러의 위험이 낮을 경우 더욱 그렇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세계적 기준에 맞게 높여야 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SVB 디폴트, 크레디트스위스(CS)의 피인수합병이 발생했다. 두 사건이 공유하는 주요 경제적 의미는.

▲SVB와 CS 사태를 유발한 근본적 위험요소는 완전히 다르며, 연결되어 있지 않다. SVB는 단기부채로 자금을 조달한 장기자산이 있는 고전적 금리위험 문제에서 실패했다. 반면 CS는 지난 수년 동안 문제에 휩싸였으며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원준성씨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CS 실패는 은행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30억달러의 가치를 받은 주주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VB의 경우 이러한 측면이 없다. 즉 이 두 사태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단 SVB와 CS(시그니처뱅크도 포함) 모두 내가 'meme bank run(meme 뱅크런)'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현상이라는 점은 유사하다. 즉 SNS는 각 은행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켜 무보험 예금자들을 철수시킨다. 뱅크런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은행도 뱅크런에 맞설 수 없다. 따라서 두 은행의 실패의 가장 근접한 원인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송된 신뢰의 상실이었고, 이는 뱅크런의 이유가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 및 바젤 III 자본 요건과 같은 금융기관을 향한 수많은 규제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최근 이슈들이 규제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인가.

▲최근 이슈들은 규제의 문제도 아니고, 규제를 통한 해결책도 없다. 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파산하게 된다. 오늘날 유일한 차이점은 신뢰상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SNS가 지배적인 오늘날 SNS의 움직임이 성공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합리적인 고객에 의해 수십억달러가 은행에서 빠져나간다. 이것은 뱅크런의 현대판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한 은행원이 단순히 아파서 고객들이 은행에 줄을 서게 된다. 이 긴 줄을 보고 있는 은행의 다른 고객들은 은행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고 온라인으로 돈을 서둘러 인출한다. 은행 고객 입장에서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는 설계상 은행은 모든 예금 인출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유동자금이 없고 인출은 선착순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은행에서 현금이 바닥날 때 줄의 마지막에 서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를 고려한 일반예금보험 외에는 이러한 현상을 막을 규제나 감독은 없다.

―2023~2024년 (전 세계 및 미국) 금융권에서의 시스테믹 리스크 가능성은.

▲현시점에서는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시스테믹 리스크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핀테크 산업은 지난 몇 년간 각광을 받았다. 핀테크 회사를 독특하게 만드는 측면은.

▲그동안 핀테크의 정의가 명확하지 못했다. 핀테크는 금융의 신기술이 아니다. 핀테크는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금융증권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으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금융중개 역할이다. 그렇기에 나의 연구에 따르면 핀테크는 전통적인 은행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은행은 딜러 역할(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위험한 대차대조표를 사용해야 하기에 더 비싼)에서 브로커 역할로 전환하고 있다. 반면 독립형 핀테크 회사는 역사적으로 브로커 역할에 딜러 역할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대출 시장(미국의 LendingClub 등)이 도입되었을 때 그들은 차용자에게 대출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대출기관을 유치함으로써 전적으로 브로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LendingClub'은 이러한 대출 중 일부를 자체 장부에 보관하기 시작하여 딜러(또는 시장 조성자) 역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핀테크 회사는 가계를 위한 신용공급의 격차를 메워준다. 이러한 공급탄력성을 가능케 한 핀테크 기업의 측면은.

▲핀테크 회사가 전통적인 은행보다 더 민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그들의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닌 그들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인 은행은 기존의 우선적인 지위에 따라 후한 안전망 혜택과 독점 임대료를 받는 데 익숙해졌다. 따라서 그들은 시장 기회를 찾고, 식별하고, 대응할 유인이 적다. 따라서 자연재해와 같은 이변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할 때 전통적 은행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반면 독립형 핀테크 회사들은 기업가적이고 민첩해 적시에 시장 기회에 대응한다.

―핀테크 기업들이 신용공급 격차를 메우고 있는 역할이 기업 부문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직접 검증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상품들보다는 효과가 덜 명확하다. 그 이유는 표준화되고 완전한 담보화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기업 대출은 일반적으로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대출 중에도 팩터링론, 운전자본 자금 조달 등 핀테크에 적합한 유형이 있다. 미국에서는 Square, Kabbage와 같은 핀테크 회사들이 이러한 상품들에 대한 관여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투자에서 손실을 입었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 투자와 별개다. 블록체인 기술은 재무기록 보관의 속도, 효율성 및 보안을 향상하는 백오피스 기술의 중요한 개선사항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투기성이 높은 투자다. 가상자산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들이 계속하고 싶다면 그것은 그들의 책임이다. 정부가 이익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나 현재에도 투자에 대한 보호는 정부(즉, 납세자)가 구제할 것이라고 믿는 개인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는 막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대담 = 원준성 美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학 박사과정
정리 =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